포스트모더니즘을 구하라
포스트모더니즘을 구하라
  • 독서신문
  • 승인 2008.0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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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논쟁의 진원지에서 바라본 포스트모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사상가 ‘리오타르’
 
 1970년대 후반, 리오타르는 캐나다의 퀘벡 주정부의 대학협의회에서 보고서 하나를 작성해 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보고서의 주제는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사회들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위상에 관한 것.

 1979년 이 프로젝트가 종결되면서 나온 책이 바로 『포스트모던의 조건』이다. 이 책은 순식간에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유명해졌다. “메타서사들에 대한 불신”이라는 그 유명한 포스트모던 정의가 바로 이 책에서 나왔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을 정의하려고 이 보고서를 집필한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과학·테크놀로지·법·대학 체계 등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와 관계하는 방법들이 오늘날의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평가되는지 밝히는 과정에서 ‘포스트모던’이란 개념이 도출된 것이다.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현 사회에서 가치와 신념의 상실 및 어떤 판단이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에 대한 거부로 곧잘 인식된다. 그러나 기존의 진리 혹은 메타서사는 더 이상 참이 아니며, 사유의 목적은 그저 실험하고 그 자체를 즐기는데 있다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장인가? 리오타르 철학의 관점에서 볼때 포스모더니즘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     © 독서신문
 리오타르가 “메타서사들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했을 때 그것은 진실과 허위, 옳고 그름, 선과 악을 판단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리오타르는 절대 진리 따윈 없으니 무엇을 하든지 상관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화두는 그런 절대적 규범이나 보편적 법칙이 부재하는 가운데서도책임 있게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정치와 정의, 자유 등 기존의 ‘메타서사’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예술 작품이든 신학 논쟁이든 언제나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윤리적 결과에 주목한다.
 
 리오타르는 절대 법칙과 규범, 진리와 선이 빠진 자리에 ‘윤리’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그는 단순히 절망에 빠지지도, 지적이고 정치적인 합의가 사라지는 것을 축복하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세상을 좀 더 공명정대하게 만들 수 있도록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따라서 리오타르가 얘기한 포스트모던 정의에 부합하는 포스트모던 사상가의 책무는, ‘무엇이든 좋다’식의 소비주의에 내재된 가치 부재 현상 앞에, 그리고 다른 가치들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시장경제가 발휘하는 무소불위의 힘 앞에 맞서는 것이다.

 리오타르의 저적 도전은 인문학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리오타르의 사유는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을 조직하고 분류하는 제도화된 과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분쟁’이나 ‘비인간’같은 리오타르 사유의 핵심 개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사회적·정치적 저의, 곧 메타서사를 제고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이먼 말파스 지음|윤동구 옮김 / 앨피 펴냄 / 240쪽 /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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