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서 탈이라고”... 민감함은 독 아닌 선물
“예민해서 탈이라고”... 민감함은 독 아닌 선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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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직장인 A(28·여)씨는 주변 사람의 말투에 녹아든 진의, 미세한 표정 변화, 행동에 담긴 본심을 예리하게 알아챈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속내를 빠르게 파악하면서 A씨는 이해·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그가 있는 곳에서는 좀처럼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데 A씨가 상대의 필요와 기분을 살펴 되도록 맞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이나 남자친구 등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에게는 “유별나게 좀 굴지 마”, “그렇게 예민해서 어떡할래?” 등의 지적을 받을 때가 많다. 

예민한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자극을 더 많이 그리고 강하게 흡수한다. 평범한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로 인해 쉽게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심리학자 에른스트 크레치머는 책 『의료 심리학』에서 “(예민한 사람은) 상처받기 쉬우면서도 자의식이 강하고 잦은 마음의 동요로 마음고생이 심해 늘 긴장하며 산다”며 “(그들은) 겸손하고 수줍고 진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들이 어떤 이유로 예민한 성격을 가지게 됐을까? 

일본 최고 정신과 의사로 꼽히는 와카다 다카시는 “예민함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심해지기도, 덜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책 『예민함 내려놓기』에 따르면 와카다 다카시는 극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도쿄대 철학과에 재학하던 시절 소음을 피해 수차례 거처를 옮길 정도로 예민했다. 소음이 없는 조용한 방을 찾아 이사를 했지만 도로 위 자동차 소리에 다시 이사를 결심했고, 이후 한적한 정신병원 뒤 조용한 집을 찾아 수차례 방문해 확인하고 이사를 했지만 이튿날 아침 비행기가 굉음을 내뿜으며 정적을 깨웠다. 더 이상 이사할 돈이 없어 1년간 학업을 포기한 그는 예민함의 근원에 대해 고민했고, 초등학생 시절 반 친구가 자신의 귓가에 신호총을 쐈던 기억을 생각해내면서 특정 경험이 예민함을 만들어낸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예민함을 이해하려면 자신의 자라온 환경과 마주해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예민함은 유전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의 논문 「기질적 가닥」에 따르면 실험 대상자들을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 순으로 순차적으로 조사한 결과 약 20%의 실험자가 ‘예민한 사람’으로 분류됐는데 이들의 두뇌에서는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특이성이 확인됐다. 케이건은 이런 결과를 근거로 “예민함은 유전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예민한 사람은 까다로운 성격으로 주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왔다. 일반 사람이면 무시하고 넘어갈 일에 집착하면서 소심하고 쪼잔한 사람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또 어떤 사안을 고민할 때 장시간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생각이 많은 만큼 신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자주 아픈 사람이란 오명을 안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민함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면서 예민한 사람은 애써 자신의 성격을 숨기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덴마크 심리치료사인 일자 샌드는 책 『센서티브』를 통해 “예민함은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한 특별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책 『센서티브』에 따르면 예민한 사람은 감정 이입 능력이 뛰어나 공감능력이 남다르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남을 돌보거나 상담해주는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또 갈등 요인를 빠르게 인지하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양심적이고 강한 책임감도 이들의 큰 특징인데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다툼과 갈등에 개입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애쓴다. 이 외에도 매사에 철저하고 신중하며 독창적인 성향으로 수준 높은 업무 성과를 도출한다. 일자 샌드는 “예민함이나 민감함은 까다로움이나 피곤함이 아니라 인격을 풍요롭게 만드는 능력”이라며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한다. 

독일 심리학자 롤프 젤린 역시 책 『예민함이라는 무기』에서 “예민한 사람은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인간성이 무시되는 경우를 제일 먼저 인식한다”며 “예민한 사람 대부분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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