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민적인 감정 특유의 신선함이, 지난 세기에 그랬듯, 관습이나 책에서 배운 언어에 의해서 반드시 퇴색된 것은 아니었다. 항상 맑게 샘솟는 그 원천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위대한 작가들은 열심히 작업한 덕분에 오늘날 우리의 형식이 아닌 그들의 형식을 찾아냈다. 통속문학 속에도 재료는 수없이 많고 또 가공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 재료를 자신의 욕망의 틀에 맞춰 쉽게 다듬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무궁무진한 감동의 원천인 안달루시아의 ‘코플라’ 같은 것이 그렇다. <79쪽>
그러나 자신의 예술에 대해 가장 까다로운 요구들을 내세웠던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요구들을 내세운다는 것, 그리고 미래에 올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해안들, 아름다운 석상들, 그리고 지성의 위대한 결단들의 모습처럼 가장자리에 흠 하나 없이 반드러운 술잔을 들어 권하고자 한다는 것 또한 아름답다. 어쩌면 내일 우리는 머리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이름 모를 심연 속에 파묻힐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85쪽>
지금 나는 걸음을 멈춘다. 뒤를 돌아본다. 그 나름대로 진실일 수 있는 것을 버림으로써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이 보인다. 선택되지 않음으로써 편리하게도 내가 행동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모든 것이 보인다. 그러나 나는 배에 올라탄 몸이다. <127>
『지중해의 영감』
장 그르니에 지음|김화영 옮김|이른비 펴냄|24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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