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육아하세요?” 아빠들에게 휴가는 ‘짐’
“휴가 때 육아하세요?” 아빠들에게 휴가는 ‘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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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번 휴가에는 자녀와 본격적으로 놀아줄 겁니다.” 휴가를 본인의 휴식을 위한 도구로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휴가에라도 아이와 놀아주려고 결심하는 아빠들이 많다.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이번 여름휴가에 자녀와 놀아주는 것 외에 딱히 본인을 위한 거창한 계획이 없다. 직장을 다니며 그동안 아들과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퇴근하고 들어오면 지쳐서 TV만 보다가 잠들고, 아들도 그때쯤이면 지쳐서 자기 때문에 잘 놀아주지 못해요. 주말도 힘들어서 쉬기만 하고 마찬가지예요”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을 쓸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 눈치 봐야 하는데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죠”라며 “TV에 자녀들과 하루 종일 놀아주는 아버지들이 나오는데, 솔직히 부러워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휴가 때는 아이들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덧붙였다.

40대 직장인 B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TV 예능프로그램에 촬영이라는 업무 속에서 자녀들과 놀아줄 수 있는 아빠들이 나오면 한없이 부럽다. B씨는 “휴가 때라도 딸과 놀아줘야지 언제 추억거리를 쌓을 수 있겠어요”라며 “육아휴직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주변에 남성이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고 오랜만에 놀아주려고 하니 조금 어색하다”라고 덧붙였다.

휴가에라도 아이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은 비단 이 두 남성의 고민만은 아닌 듯싶다. 지난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보건복지부의 ‘2017년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미만 자녀를 둔 남성의 평일 육아 시간은 45.5분이었다. 76.6%의 직장인은 ‘출산으로 휴가를 낼 때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고, 직장인의 67.2%는 ‘자녀로 인해 휴가를 낼 때 눈치가 보인다’고 응답했다. ‘자녀로 인해 휴가를 내는 직장 동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도 62.4%를 차지했다. 심지어 남성 육아휴직제도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64.4%였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육아휴직을 쓰는 직장인은 수치상으로 적다. 지난달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400만명에 육박하는 민간부문 남성 취업자 중에 육아휴직자는 올해 상반기 8,463명이며, 인사혁신처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8%에 그쳤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이 얼마나 희소하면 『아빠, 육아휴직 해도 괜찮아』 같은 책도 나온다. 이 책의 저자 손정환은 군인이다. 그는 책에서 “주변에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사례가 없었기에 혹시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라며 “정보 부족, 많은 시행착오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니 거절당해 사표를 낸 한 전직 IT 개발자가 쓴 『아빠 육아의 민낯』에는 “남성 육아가 핑크빛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남자 아나운서 중 육아휴직을 쓴 것은 내가 거의 처음이었다”라고 말하는 KBS 김한별 아나운서는 올해 초 출간된 그의 책 『라테파파』에서 “엄마의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다른 회사의 경우를 생각하면, ‘아빠의 육아휴직’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라며 “육아휴직을 말하려면 아빠는 용기 있는 슈퍼맨이 돼야 한다”라고 적었다. 아빠들의 휴가가 진정한 휴가이자 말하기 쉬운 휴가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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