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그리스인 조르바 “너무 계산에 매달리지 마쇼!”
[책 속 명문장] 그리스인 조르바 “너무 계산에 매달리지 마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6.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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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대장, 아마 당신은 지금 여기 앉아서 내가 얼마나 많은 터키 놈들의 머리를 베었고, 크레타 전통에 따라 얼마나 많은 터키 놈들의 귀를 알코올에 담갔는지 나열할 거라 생각하겠죠. (중략) 내게 아무 짓도 안 한 사람에게 덤벼들고 물어뜯고, 코를 자르고, 귀를 베어내고, 배를 가르고, 마치 하느님께서도 코와 귀를 자르고 배를 가른다고 믿는 듯, ‘하느님, 이리 내려오셔서 우리를 보살피소서’하고 빌게 만드는 그 분노가 어떤 건지, 철이 든 지금 다시 생각해보죠. 하지만 그때는 내 피가 끓어올랐고, 뼈에서 살코기를 발라내는 것만 생각했죠. 늙어서 이빨이 다 빠진 뒤에나 찾아오는 평정심을 갖게 된 다음에야 올바르고 온전한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죠. (중략) 이빨 서른두 개가 다 있을 땐, 젊을 때의 인간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예요. 그래서 인간을 잡아먹죠.” <47쪽>


“내가 눈을 들어 바다나 나무, 또는 여자를 보면, 그래, 그 여자가 할망구라도 빌어먹을 계산 따위는 모조리 날아가버려요. 그 저주받을 숫자들이 날개가 돋아나서 다 날아가버린다고요.” <69쪽>


“산다는 게 원래 문제투성인 거요.” 조르바가 계속 말을 이었다. “죽음은 문제가 전혀 아니고요. 사람이 산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아세요? 허리띠는 느슨하게 풀고, 남들하고 옳다 그르다 시비하는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조르바가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나만의 혼잣말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만약 한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것과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책 읽기를 선택할 것이다.

“너무 계산에 매달리지 마쇼, 대장!” 조르바가 집요하게 추궁했다. “숫자에서 좀 벗어나고, 그 빌어먹을 저울을 던져버리쇼. 구멍가게를 때려치우란 말요. 지금이야말로 대장의 영혼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파괴할 건지를 결정할 때요. 대장, 들어봐요. 손수건 한 장에다가 지폐가 아니라 눈이 부시게 만드는 금화 2, 3리라를 넣고, 매듭을 묶어서 미미토스 편으로 과부에게 보내쇼. 그리고 미미토스 놈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일러주쇼. ‘갈탄광 사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요. 이건 그분이 보내는 손수건이에요. 별것 아니지만 마음을 담아서 보내는 거래요. <185쪽>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 587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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