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LG 구본무 회장…'난 새를 사랑했다'
타계한 LG 구본무 회장…'난 새를 사랑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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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자기를 속이는 사람은 더 속일 데가 없다”, “편법·불법을 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안 하겠다”, “신용을 쌓는 데는 평생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

LG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타계했다. 일각에서는 세상을 비추는 큰 별이 졌다며 애도를 표했다. 구 회장은 “남들에게 베풀고 살라”는 어머니의 뜻을 평생 실천했으며 사회 공헌 활동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연이은 갑질 사건으로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많은 이들이 그의 올바른 행적에 고마움을 표한다.

구 회장을 기리는 몇몇은 하늘을 보기도 했다. 그가 평소에 새를 좋아해 새를 관찰하는 탐조(探鳥) 취미가 있었고, 자연을 보호하는 데 힘썼기 때문이다. 그의 지시로 국내 최초 조류 그림도감인 『한국의 새』를 펴낸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 박진영 연구관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와 하늘을 보면 그가 생각나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박 연구관이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이우신 교수, 경희대학교 구태회 교수와 함께 『한국의 새』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이었다. 그는 “당시 구본무 회장의 기획으로 3년여에 걸쳐 책을 만들었다”며 “구 회장이 책 만드는 과정에 정말 많은 관심을 쏟아서, 구 회장의 사무실로 매번 직접 가서 이야기를 나눴으며, 삽화부터 글까지 세부적인 부분부터 전체적인 책의 방향성까지 회의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은 “새와 자연에 대해 정말 열정적이었다”며 “기업을 운영하면서까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며 “사무실에 가면 한강 밤섬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고, 새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쾌활해지면서 웃음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해는 LG상록재단이 설립된 해이다. LG상록재단은 자연환경과 자연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1997년 12월 구본무 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재단은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숲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산성화 산림회복사업, 푸른 산 사랑 운동,등산로 나무 이름표 달아주기 등 사람들이 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새』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박 연구관은 “자연에 어떤 생명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보는 것부터가 자연 보호의 시작”이라며 “구 회장이 탐조(探鳥)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도, 탐조(探鳥) 문화가 자연에 기여할 수 있어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탐조(探鳥)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한국의 새』를 한 권씩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이 탐조(探鳥) 인구를 늘리는데 많은 이바지를 했다”고 말했다.
 

탐조(探鳥), 자연보전의 첫 걸음

자연상태에 있는 새들의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관찰 또는 관상하면서 도감에 기록하며 즐기는 행위인 탐조(探鳥)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으나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인기가 있다.

유럽에서는 18세기부터 본격화됐고 ‘버드 워칭(Bird watching)’이라는 용어가 20세기부터 일반화됐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골프나 테니스와 비슷한 인기로 많은 사람들이 ‘고급 취미’로 생각한다. 탐조를 하는 사람들을 ‘버더’라고 부르며, 새 관찰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먼 지역까지 여행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1934년에 조직적으로 새를 관찰하는 ‘탐조회’가 생겼으며, 1970년부터 이것을 즐기는 인구가 급증해 지금은 잠재인구가 1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탐조(探鳥)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물품은 멀리 있는 새를 보기 위한 쌍안경, 수첩과 펜, 어떤 새인지 식별할 수 있는 도감이 전부지만 지켜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새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50m에서 1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조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아주 민감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어 사람의 접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노란색과 붉은색 등 원색 복장은 삼가야 한다. 새들은 색각(色覺)이 발달해 있어 버더가 지닌 화려한 색이 경각심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큰 소리를 내거나 큰 동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 뜨기 전후 2시간 사이가 새를 보기 가장 좋은 때이며 대부분의 조류가 번식을 하는 초여름이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기에 좋다. 물떼새류나 도요류는 가을과 봄에 하구나 간석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물새들은 겨울철에 보기 좋다.

새와 자연을 관찰해 인간과 함께 사는 생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탐조(探鳥). 이번 주말에는 도감을 들고 탐조(探鳥)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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