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2'… '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때
'남북정상회담 D-2'… '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4.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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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준비가 한창이다. 24일 치러진 남측 단독 리허설에 이어 25일에는 남북 합동 리허설이 진행됐다. 

25일 오전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선발대가 우리측 구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넘어와 손발을 맞췄다. 남북 정상의 첫 만남부터 공식 환영식, 환영 만찬에 이르기까지 회담 전후의 모든 일정이 실제와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느 곳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영접할 것인지, 평화의 집 몇 번째 문을 이용할 것인지 등 모든 동선을 확인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고자 했다. 평화의 집 안으로 비치는 채광 수준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회담 당일에 문 대통령을 수행할 공식 수행원 6명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최종 리허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행원은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외적으로 보이는 부문에서는 최종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회담장에서 논의될 의제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은 지난달 29일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지난 18일 다시 만나 회담 의제를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측은 차일피일 만남을 미뤘고, 20일 개통된 '핫라인'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던 정상 간 통화도 회담 이후로 미뤄졌다.

이처럼 불안한 기미가 눈에 띄지만 당국은 대대적인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회담 당일인 27일 두 정상이 만나는 모든 과정을 TV로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적인 순간을 널리 알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회담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래 정상회담은 이미 조율이 완료된 의제를 놓고 두 지도자가 합의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의제조차 맞추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4·27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협상의 전략이 필요한 만남이라고 강조한다. 연습없는 진검승부에 긴장감이 흐른다. 

책 『협상의 전략』에 제시된 사례를 통해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짚어본다.  

저자인 김연철 박사는 지난 2004년부터 1년 반 동안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 정책차관보로서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회담에 참여하며 외교 일선에서 실전 협상을 경험했다. 북한 개성공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와 협상을 벌였고, 2005년에는 9·19공동선언 현장에 자리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인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2016년에 『협상의 전략』을 펴냈으며, 지난 12일 신임 통일연구원장에 선임됐다. 

◆ 치열한 외교전선… 철저한 계산 필요

김 박사는 지난 1951년 9월 8일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서명국에 한국이 제외된 이유로 당국의 소극적인 협상 태도를 지목했다. 앞서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의 배상문제를 다룬 해당 조약에서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외교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발표된 샌프란시스코 조약 초안에는 한국의 부속도서로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만 명시돼 있었다. 또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회의에 한국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미국에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이승만(대통령)은 "맥아더 최고사령관이 선처해주기로 약속했으니 조약 내용에 관해 수정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미국은 독도 영유권 인정과 한국에 남겨진 일본 재산의 한국 양도 등을 포함한 한국의 요청 대부분을 거절했다. 

김 박사는 "미국은 언제나 중재자였다"며 "중재자는 완고한 쪽이 아니라 만만한 쪽에 양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익에 따라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외교 전선에서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가 큰 피해를 본 사례다. 

◆ 예멘, 두 번의 통일… 서두르다 망했다

1918년 북예멘이 영국에서 독립하고, 이어 1967년 남예멘이 독립하면서 예멘은 1967년 실질적인 분단 시대를 맞이했다. 이후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통일을 이뤘지만 지금까지 극심한 내전을 겪으며 몸살을 앓고 있다. 준비없이 통일을 서둘렀다 큰 피해를 본 것이다. 1990년 5월 22일 양측은 6개월의 논의 끝에 첫 통일을 맛봤지만, 권력 분배, 남북 간 차별, 종교 문제 등으로 1994년 4월 내전을 겼었다. 2개월에 걸친 내전은 북예멘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극심한 내부갈등으로 재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3년 1월 14일에는 예멘 남부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김 박사는 "통일은 희망이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희망이 없음을 확인했을 때 느낀 절망은 치명적이었다"며 "예멘의 통일은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멘은 통일을 이뤘지만 실패한 국가가 됐고, 급하게 이룬 통일로 인해 지금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난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드러난 폐해를 고려해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교 당국의 혜안이 녹아든 협상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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