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축제를 마음껏 즐겨라… 봄꽃의 향연
벚꽃축제를 마음껏 즐겨라… 봄꽃의 향연
  • 박정욱 기자
  • 승인 2018.03.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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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박정욱 기자] 꽃은 4계절 언제나 핀다. 그런데 꽃이라면 봄을 먼저 떠올린다. 왜 유독 봄꽃에 매혹되는 것일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서 그럴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봄이 되면 새로 활기를 찾는 것과도 통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봄꽃에 와 닿는 것이다. 하물며 춘정(春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만화가이자 숲 연구가, 생태놀이 코디네이터인 황경택의 책 『꽃을 기다리다』를 보자. ‘꽃을 기다리다’는 제목에서부터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봄이 오면 왠지 따뜻한 봄 햇살과 살랑 사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쐬러 밖에 나가고 싶어진다”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역시 봄이다. 물론 저자는 꼭 봄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많은 꽃에서 느껴보기를 권하고 있다. ‘꽃의 시작점, 겨울눈’에서 출발해 새순-봄꽃-여름꽃-가을 풀꽃으로 풀어 나간다.

꽃을 기다리는 것은 황경택 작가만이 아니다. 김기택 시인은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을 책임진 책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에서 “꽃을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기다림이다”라고 했다. 꽃을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지만 “꽃은 늘 ‘어느새’ 피어있”고, 그제서야 “뒤늦게 내 허파와 내장은 꽃과 나무가 독한 겨울 추위를 제 몸에 흡수하여 숙성시켰다가 갑자기 폭발시킨 색깔과 향기의 맛을 전율하며 느끼게 된다.”

시인 장석남의 시 ‘살구꽃’을 설명한 글의 일부이다. 역시 봄꽃이다.

봄꽃을 잘 담고 있는 노래는 동요 ‘고향의 봄’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등 봄꽃에 이어 2절에는 수양버들까지 등장한다.

봄꽃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봄을 기다리다』의 4번째 장 ‘봄을 알리는 전령사’에는 매화 살구꽃 벚꽃 자두꽃 생강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 탱자꽃 배꽃 제비꽃 등이 황경택 작가의 그림과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봄꽃 가운데 최고 인기 꽃을 고른다면’이라는 우문을 던진다. 저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벚꽃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지 않을까. 전국 각지에 고르게 분포해있고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열려 사람들을 유혹한다. 3월을 주도했던 산수유·매화꽃을 이어받아 4월에는 벚꽃의 축제가 본격화한다.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벚꽃축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진해 군항제를 비롯해 한국 벚꽃의 자생지 제주(왕벚꽃), 잠실 석촌호수, 강릉 경포대, 구례 섬진강변, 하동 화개장터, 서울 여의도, 대구 팔공산, 충북 제천 청풍호, 용인 에버랜드, 전남 영암(왕인박사), 경주 보문호수 등에서 꽃 잔치가 펼쳐진다. 부산, 울산, 울진, 삼척, 천안 정읍 등 벚꽃이 지천이다.

벚꽃을 일본 꽃으로 여겨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친 탓에 국내에 있는 벚꽃의 상당수가 일본종이지만, 제주 왕벚나무가 재래종인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제주 왕벚나무가 일본 것보다 먼저라서, 한국이 벚꽃 원산지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마저 벚꽃이 히말라야에서 처음 탄생했다며 원산지를 자처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고 오인하는 이들도 있다. 역시 잘못된 정보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꽃은 국화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1944년 국무부의 의뢰를 받아 2년 간의 자료수집과 연구 끝에 내놓은 일본문화연구서 『국화와 칼』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국화는 일본 왕실의 문장으로 쓰이는 상징이다. 일본 일등공로 훈장에도 국화문장이 들어있다. 욱일기에 중앙 원을 따라 사방으로 퍼져있는 붉은 줄 열여섯 개도 꽃술 다발 주위에 열여섯 장의 꽃잎을 가진 국화를 그린 것이다.(『꽃으로 보는 한국문화3』, 이상희 저)

벚꽃에 흠뻑 취해도 좋을 것이다. ‘사쿠라’가 아니라 벚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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