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스스로에게 멀어질 때 빛나는 것들을 기록한다” 사진작가 유림은 잘나가는 직장을 내려놓고 무작정 인도로 떠났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이 습관의 마비작용에서 벗어나리라’라고 한 헤르만 헤세의 말이 그를 인도로 이끌었다고 한다.
찰나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인도 곳곳에 조심스레 한발씩 내딛었다고 했다. 작가 유림의 사진들과 책 속의 코멘트들을 모아보았다.
숙소로 가는 길 곳곳마다 거리가 제집인 양 편안한 자세로 잠을 청한 동물들 때문에 수시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참을 걸어 파하르간즈 메인로드(여행자 거리)에서 조금은 벗어난 곳에 있는 조스텔델리호텔에 도착했다. 정말 상상 그대로였다. 친절한 직원, 낙후된 시설, <엔조틱 메리골드 호텔>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바라나시의 첫날, 길게 이어진 가트를 따라 걸으며 인도인들의 삶을 바라보았다. 이들의 하루는 갠지스에서 시작된다. 매일 새벽 일출에 맞춰 신께 경배를 드리고 강물에 몸을 담그며 저마다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이들. 새벽녘 10도 정도의 찬 공기에도 주저함 없이 강물에 뛰어든다.
사막의 황금빛 모래를 손에 한 움큼 쥐었다 폈다. 바람에 몸을 기댄 채. 고요히 노래를 시작한다. 보드라운 살결이 햇살에 부서진다. 덧없는 상념이 바람결에 사라진다.
커튼 사이로 스미는 강렬한 빛이 세월에 가려진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외장하드 속 사진들을 한 장씩 꺼내어 보다 이제는 그리운 장소, 그리운 시간이 돼버린 그 시절, 그 사람을 떠올렸다.
이튿날 아침, 여전히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태양은 떠오른다. 가느다란 전선줄에 얽혀진 깃발들은 북인도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정신없이 펄럭이지만 그 끈을 놓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혹한의 계절, 휘몰아치는 강풍에도 흔딜림 없던 믿음처럼.
『멀어질 때 빛나는 인도愛서』
유림 지음 | 행복우물 펴냄 | 232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