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출시된 지 10년, 여전히 ‘종이책’의 위협자일까?
‘전자책’ 출시된 지 10년, 여전히 ‘종이책’의 위협자일까?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7.12.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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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종이책과 ‘공존’ 해외는 고전 면치 못해...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한 것은 2007년 11월 19일. 킨들 개발책임자가 ‘항생제와 전기와 함께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으로 킨들을 꼽을 만큼 의기양양했다. 출판계도 ‘이제 종이책은 죽었다’면서 낙담했다. 킨들 출시 10년이 된 지금, ‘전자책의 압승’에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전자책’, 경쟁자가 아닌 공존해야 할 대상

국내에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저마다 확고한 시장을 확보하고 공존하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책이 종이책을 밀어내는 '경쟁자'의 입장이 아닌 '보완재' 혹은 '동력자'의 관계로 보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에 따르면 "종이책과 전자책은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종이책은 책의 속성인 종이를 넘기는 경험을 주고 전자책은 갖고 다니기 편리한 점이 있다"며 "전자책의 등장으로 출판업의 형태가 변화했을 뿐 전자책과 종이책을 경쟁상대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상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을 들른다는 김모(26)씨도 "인터넷신문이 등장하면서 종이신문을 보기 힘들게 된 것처럼 전자책의 종이책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종이책 고유의 감성은 강했다"며 "종이책이 가진 감성을 전자책이 메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상훈 교보문고 이비즈니스본부장은 “먼 미래에는 어떻게 환경이 바뀌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당분간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면서 독서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종이책의 적은 전자책이 아닙니다. 전자책이 전체 독서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웹소설'과 '웹툰'을 필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웹소설 전문사이트 '조아라'는 지난 2008년 최초로 웹소설 판매를 시작한 이후 2009년 2억원이던 연매출이 지난해 12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웹툰시장은 지난해 5840억원에서 올해 7240억원으로 23%성장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나용철 팀장은 "출판사는 전자책과 종이책 판매량을 따지지만 협회에서는 개별로 본다"며 "국내 출판산업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비교할 수 없는 구조다. 종이책을 만들지 않는 웹소설과 웹툰도 전자책으로 분류할 수 있어 시장 구분이 모호하다"라며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책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전자책은 종이책과 공존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 한다"라고 덧붙였다.

17개 전자출판사, ‘대한출판문화협회’에 신규 가입

지난 8월 30일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지난 22일 제10차 상무이사회 의결에 따라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등 17개 전자출판사의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을 주도한 종이책 출판과 새로운 미디어 매체에 콘텐츠를 담는 전자출판이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협 회원으로 가입한 전자책 관련 출판사는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에스프레소북, 오디언소리, (주)글씨, (주)북큐브네트웍스, 북허브, 블루문파크, 산책길, 아카이브팩토리, 알앤씨, 이북스펍, 이새의 나무, 인사이트브리즈, 초록인, 카멜 팩토리, 피오디컴퍼니, 세마포어 솔루션이다.

출협은 '전자출판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전자출판의 발전 및 기존 종이책 출판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개발, 교육, 세미나 프로그램 운영 방안 등을 담은 구체적인 위원회 활동 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을 비롯한 기타 독서운동 행사에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협력·지원사업도 강화한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전자출판계의 이번 회원 영입은 출협이 출판의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새로 영입한 전자출판 분야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종이책과 전자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여러 해법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맥 못 맞추는 ‘전자책’

프랑스는 종이책의 선전(善戰)을 입증하는 나라로 꼽힌다. 2011년 프랑스에 킨들이 상륙했을 때 오프라인 서점과 종이책은 3년 내 멸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뚜껑을 열고 보니 오판이었다. 특히 전통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전자책이 가장 힘을 못 쓰는 국가다. 채널 A뉴스와 동아일보의 공동 취재에 따르면 전자책 판매 비중이 전체 책시장의 3% 수준이다.

전통을 존중하는 프랑스가 원체 유별나긴 해도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7년 아마존이 킨들을 출시하면서 매년 급속한 성장을 이어가던 전자책은 최근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률에 정체 신호가 들어왔다.

미국출판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AP)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도서 판매에서 전자책 매출은 18.7% 감소하고, 종이책은 7.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출판협회(Publishers Association, PA)도 2016년 영국의 전자책 판매가 17%감소, 종이책은 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e-reader) 판매도 2011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간 약 40% 정도 감소했다. 해외 전자책 시장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용자들의 디지털 피로도 현상과 메이저 출판사들의 전자책 가격 인상이 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다수 독자들이 느끼는 전자 기기를 통한 장문 읽기의 부담감과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용률의 증가가 정체의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전자책에서 헤매는 현대인들을 위해

전자책에서 피로감을 얻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를 권하며, 70페이지 문장을 소개한다.

프랑스의 전자공학 분석가 장 사르자나는 동료 알랭 피에로와 함께 최근 구글의 진화가 일반 독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전통적인 종이책 읽기와 전자책 읽기의 차이를 여행 방법의 차이로 비교했다. “종이책을 읽는 독자는 그리스인들처럼 늘 해안을 바라보며 항해한다. 반면 전자책을 읽는 독자는 우주여행을 떠나 까마득히 먼 곳에서 지구를 한 눈에 바라본다.”즉, 종이책을 읽는 독자는 시야가 좁고, 전자책을 읽는 독자는 시야가 넓다는 것이다. 나는 정반대로 생각하는데,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종이책을 들고 읽으면 물리적 특징과 물적 존재를 의식할 수 있으므로, 현재 읽고 있는 페이지를 다른 페이지, 심지어 다른 책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 둘째, 논점과 캐릭터를 마음속에서 재구성할 수 있다. 셋째, 광대한 정신 공간에서 아이디어와 이론들을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전자책을 읽을 때 우리는 대체로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 70쪽

책은 지식 정보의 전달 수단만이 아니라 인간 감성을 다루는 예술이다. 종이책은 책장 넘기는 소리, 저마다 다른 종이 재질, 그리고 잉크 냄새 등 전자책은 흉내 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수성의 결집체이다. 전자책이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인문주의자들이 책의 내용만큼 책 그 자체를 아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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