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 -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지홍 지음 | 글로벌콘텐츠 펴냄 | 220쪽 | 13,800원
[독서신문] ‘개밥 주는 남자’, ‘대화가 필요한 개냥’ 같은 강아지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몇 해 전부터 반려동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작고 귀여운 소형견이나 중형견은 사람들을 ‘심쿵’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라이프스타일도 마당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견종이 인기다.
대부분 푸들, 몰티즈, 시츄, 닥스훈트 등 외국 소형견들을 많이 기른다. 개중엔 순수혈통이라면서 값비싼 분양가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순수혈통, 토종개는 어떤 견종이 있는지 아는가? 흔히들 자신 있게 진돗개를 떠올리지만, 그 뒤로는 쉽게 답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 우리 토종개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에 의해 대규모 도살을 당했다. 죽인 것도 모자라 모피를 군수품으로 이용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고, 토종개에 관한 정보는 옛 그림과 문헌들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
자료가 많이 없는 가운데 토종개 연구란 어려운 길을 자처한 사람이 저자 하지홍이다. 그는 지난 33년 동안 토종개의 중심 품종인 장모 삽살개를 복원해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받게 한 주인공으로, 30대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삽살개를 증식시키며 토종개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우리나라 애견문화 수준을 높이고, 토종개를 사랑하는 애견가들의 전반적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의 본래 의도”라는 말을 전하는 그의 마음이 담긴 책을 살펴봤다.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 개에 대해서 3장을, 우리 개 뿌리의 토양이 되는 한·중·일 동양 삼국의 애견 문화에 대해서는 한 장을, 세계 전반의 애견문화에 대해서는 다른 한 장을 할애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토종개가 실존한단 사실이다. 그들은 이름을 얻은 토종개와 이름을 얻지 못한 토종개로 구분된다.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 풍산개, 제주개, 고려개(단모 삽살개)가 이름을 얻은 토종개이고, 불개, 거제개, 오수개가 이름을 얻지 못한 토종개다. 이밖에 댕견. 더펄개, 사자개, 해남개도 있는데 구전된 이름일 뿐 견종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위 명시된 이름만 해도 모르는 게 태반이다. 단순히 이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일본에 빼앗긴 우리나라 역사를 조금은 되찾은 기분이다.
연구 결과로 밝혀진 토종개들이 외국 견종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유전자 분석으로 외국 견종과 확연히 구분된다고 한다. 진돗개나 풍산개가 외국 견종과 외모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DNA는 확실히 다르다는 말이다. 의외로, 일본의 기주견, 아끼다견, 북해도견과는 유전자학적으로 크게 다르며 오히려 사할린개나 에스키모개가 더 가깝다고 한다.
그동안 잘 알고 있는 토종개라고 생각했던 견종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해 하는 부분이 많았다. 단순히 민화와 얼마 되지 않는 문헌들로만 유추해서 연구하기란 험난한 길이었을 텐데, 많은 부분이 자세히 소개돼있다.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 읽기 편해 토종개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황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