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작가 최은경 “내 아이를 잘 몰랐다. 읽으며 대화하니 알게 됐다”
[인터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작가 최은경 “내 아이를 잘 몰랐다. 읽으며 대화하니 알게 됐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6.0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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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독서·1분 대화 그림책 육아법 고안한 워킹맘
최은경 작가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그림책으로 육아하는 직장맘이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 전쟁에 지쳐가던 어느날, 다은이와 다윤이 두 딸과 찾은 도서관에서 그림책이 말을 걸어왔다. 작가 최은경은 육아서에 없는 것들을 그림책에서 발견한 그날부터 매일매일 하루 11분,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진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독 속내를 털어놓지 않던 첫째 다은이, 언니와는 다르게 자기 주관이 뚜렷한 둘째 다윤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들도, 엄마도 바뀌었다. 

5월 30일 사당역 한 카페.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원고를 쓸 당시 교정을 보기 위해 종종 찾았다는 카페에서 최 작가를 만났다. 신선한 발상의 육아법인지라 책 출간 뒤 강연을 할 법도 한데, 주저했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을 듣고 수줍은 성격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만남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인터뷰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고 독서신문과의 인터뷰가 생애 첫 인터뷰라는 그는 책을 만들면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술술 들려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호탕하고 털털한 성격이었다. 또 아이들을 떠올릴 때면 눈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엄마였다. 

- 첫 인터뷰를 기념해 자기소개 부탁한다
“오마이뉴스에서 14년째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 담당 기자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기자가 꿈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걸프전이 일어났는데, 그 당시에는 종군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신문방송학과를 가지 못했고, 미련이 남아 학교 신문사에서 학생기자를 3년 했다. 졸업 후에는 1년간 ‘아트앤스터디’라는 인문학 강의 사이트를 구축했다. 그리고 2003년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입사해 지금은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놀이 중인 다은이와 다윤이

- 첫 책이 나왔다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10년차 편집기자가 돼도 1년차 때 했던 일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의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막상 쓰려니 어떤 걸 주제로 잡아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아이들과 도서관을 갔다. 그림책을 금방 읽고, 휙 덮어버리고, 또 꺼내 읽는 모습이 수상했다. 그래서 직접 읽어봤는데 나에게 해주는 말들이 많았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졌다. 그때부터 우리 아이가 크면서 보는 책들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눴고 그 과정을 책으로 만들게 됐다”

- 11분 육아법, 10분 독서를 한 뒤 1분간 대화 시간을 갖는다. 어떻게 고안했나
“11분 육아법이라는 콘셉트는 편집자가 만들어줬다. ‘하루 10분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다. 그림책 보는데 보통 10분이 안 걸린다. 책 놓고 아이와 이야기하는 것도 1분밖에 안 걸린다. 더 얘기하면 싫어한다. 그리고 ‘이 책을 네가 얼마나 잘 소화했니’를 묻는 대신 예전에 했던 경험을 되살려서 ‘이랬던 것 기억나니?’ 이런 식으로 지나가듯 물어야 한다. 나는 아이의 독서록에서 힌트를 얻었다. 자신의 생각을 써 놓은 것이기에 몰래 읽고는 나중에 대화를 나눌 때 슬쩍 아는 척을 했다. 그러면 아이들도 신이 나서 자기 생각을 더 많이 말한다. 그림책에 육아법은 없다. 감동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 감동을 느끼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나눈다. 내가 못 본 부분을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한다”

『이유가 있어요(2015)』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 김정화 옮김 | 봄나무 펴냄 <사진제공=덴스토리>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2010)』 권윤덕 글·그림 | 길벗어린이 펴냄 <사진제공=덴스토리>

- 아이들 자랑을 해 달라
“쑥스럽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잘 몰랐다. 보통 아이들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 아이는 이게 부족해서 이걸 키워줘야 해’라고 말하는데, 나는 잘 몰랐다. ‘우리 아이는 그게 부족하긴 하지만, 그러면 좀 어때’ 하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산본에서 상암까지 출퇴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을 하루에 2시간밖에 못 봤다. 심지어 아이가 취학한 후에는 숙제 확인, 알림장 검사를 하다 보면 2시간이 금방 갔다. 나는 모성이 부족한가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알게 됐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첫째는 『참! 잘했어요』를, 둘째는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를 골랐다”

- ‘남편 이지용에게 특히 고맙다.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구절이 눈에 띈다
“서문에서 가족들 언급하는 것, 너무 상투적이어서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안 쓰려니 미안했다. 남편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맞벌이 부부의 집안일에 대해서 ‘역할 분담’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회사에서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면 피하지 않는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인사고과에는 반영되지 않겠지만, 와이프가 인사고과 할 수 있지 않나? (웃음) 우리 집은 이렇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는 건 아빠 역할이다. 하교하고 데리고 오는 건 시부모님 역할이다. 아이들 어릴 때는 친정엄마가 도와줬다. 그리고 남편은 빨래,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해준다. 자기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빠들이 많다. 하지만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내 아내가 회사 그만두는 것을 바라지 않는 남편이라면 꼭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아빠 역할, 남편 역할 잘 해줬으니 애인 역할도 해 줬으면 한다”

그림책을 읽고 있는 둘째 다윤이

- 책 나온 뒤 반응은 어떤가
“한 파트씩 짧게 읽기 좋다고 한다. 지인 중에 선생님이 많은데, 학교에서 그림책 육아법을 활용해도 좋겠다고 한다. 청소년 상담사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 뿌듯했다. 시어머니는 책 나온 날(5월 1일) 어버이날을 기념해 한권 드렸다. 그때부터 손에서 안 놓으시더니 다음날 아침 문자가 왔다. ‘완독했다. 애썼다. 4권 주문하마’ 결혼 12년 만에 큰 감동을 받았다. 친정엄마는 별말 없이 차 위에 놓고 직접 홍보 중이라고 했다”

- 육아법 강의를 해도 잘할 것 같다
“그런 건 너무 부끄럽다. 그런데 조만간 큰 결심을 하고 한번 도전해 보려 한다. 책 관련 강의는 아니고, 편집과 관련한 강의다. 큰 아이가 발표를 어려워하고 항상 발표 날 아침이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년 동안 해온 편집 일을 알려주는 것이니까.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 없을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크게 마음먹었다. 내가 먼저 해 본 뒤 아이에게 느낌을 말해줄 것이다. ‘엄마도 긴장 많이 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해 보려고’가 ‘넌 잘할 수 있어. 해 보지도 않고 왜 포기해’라는 말보다 훨씬 좋지 않나. 문제 있는 아이는 없다고 한다. 문제 있는 부모가 있을 뿐이다. 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최은경 지음 | 덴스토리 펴냄 | 240쪽 | 14,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5호 (2017년 6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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