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독서신문] 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 그리고 30년…도종환 시인 문체부 장관되나
[30년 전 독서신문] 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 그리고 30년…도종환 시인 문체부 장관되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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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시집, 87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휩쓸어
6·29 영향 문단도 ‘해금’ 요구 민주화 바람

신경림 시인의 칼럼 “禁書가 뭐길래”
김지하 신동엽 등 당시 금서 80여종

도종환 시인의 30년 전과 최근 모습.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30년 전, 1987년 6월은 뜨거웠다. 이른 여름 더위에 아스팔트의 뜨거움은 더했다.

전국적으로 호헌 철폐를 내세우는 대학생들의 거리 시위가 그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연세대 이한열 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숨지며 군부독재는 스스로 목숨을 재촉하고 있었다. 6월 항쟁(6·10 항쟁)은 끝내 6·29선언을 불렀고 시민은 대통령직선이라는 값진 성과를 쟁취했다.

당시 독서신문에도 민주화, 해금 등의 단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독서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그날로 간다. <편집자>

- 정치민주화의 회오리 속에 문단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문학에서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닫히고 눌렸던 부분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고 펴지려조용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

이는 독서신문 832호인 1987년 7월 26일자 문화계 뉴스면의 톱 기사 ‘문단에도 민주화 바람’ 제하 기사 첫 문장이다.

기사는 이어진다. 이처럼 완전히 자유로운 문화에로 가려는 움직임은 대체로 △월·계간 문예지의 자유로운 등록 △작품소재와 주제의 개방 △일제하 좌파계열 문학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 및 납북 문인 작품 해금 △금서로 묶인 70~80년대 문학서의 해금으로 요약된다.

기사는 북한을 포함한 공산권 문학의 국내 소개를 언급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국인 문공부의 입장변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문단에서의 논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의 문예지 발간 상황도 엿볼 수 있다. 당시는 문학 발표 지면이 매우 한정돼 있었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이 80년 폐간 당한 뒤 이른바 민중문학계열에서 새 계간지를 내는 것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천문학을 비롯한 문학무크지가 잇따라 창간, 80년대를 무크의 시대로 부를만큼 무크지 붐이 일었다고 독서신문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정기간행물에 대한 선택적 규제가 풀린다면 당장 4~5개 정도의 계간지가 탄생할 것 같다고 내다보며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말부터 당국에 계간 ‘현대비평’의 등록을 신청해놓고 있고 창작사는 하시라도 폐간된 ‘창작과 비평’을 이름도 그대로 되살려 내겠다는 태세라고 이 기사는 밝히고 있다.

70~80년대에 걸쳐 금서가 된 문학서는 신동엽 전집,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五賊』, 양성우의 『겨울공화국』, 염무웅의 『민중시대의 문학』 무크 실천문학 등 80종이 넘는다라며 기사를 매듭짓고 있다.

 * 6·10 이후 민주화 사건 일제히 보도= 독서신문 같은 날짜 ‘흐름’ 지면 톱 기사 제목이다. 부제로는 ‘여성동아- 이한열군 어머니 배은심씨 인터뷰, 여성중앙-성공회 서울교구장 김성수 주교 첫머리에, 가정조선- 사용량 세계 1위 최루탄 집중분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성지도 6·10에서 6·29민주화 대행진까지 일련의 굵직한 사건들을 취급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먼저 여성동아는 권두 인터뷰로 최루탄을 맞고 숨진 연대생 이한열군 어머니 배은심씨와 민주화운동으로 3남매를 감옥에 보낸 서동필씨를 만났다.

서동필씨는 당시 세칭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당사자 입장에서 해명한 『아침으로 가는 길』이란 책을 내놓은 유시민, 서노련 사건으로 구속된 유시주, 6 10대회 관련 구속된 유시춘(민가현 홍보위원)의 어머니다.

* 87 상반기 베스트셀러 진단- 상반기 말부터 다시 창작소설의 움직임 활발= 같은해 7월 19일자 초점 지면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대형서점의 1987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과 서정윤의 『홀로서기』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해인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민들레의 영토』 등 서정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레테의 연가』 『황제를 위하여』 등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상반기 최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4인방은 이문열, 김용옥, 이해인, 유안진 등이었다. 이문열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와 수필 분야다.

교보문고에선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등 시집 9종이 종합 50위 내에 들며 판매량 14만7천부를 기록했다. 전체의 22%에 해당한다. 이같은 서정시의 우세는 86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것으로 다시 87년 하반기부터는 창작소설이 부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 김원일의 『겨울골짜기』 등이 서서히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있다.

* 젊은 독자 앞에 가로놓인 것= 87년 7월 19일자 독서신문 3면 칼럼 ‘오늘의 생각’에 신경림 작가가 내놓은 칼럼 제목이다. 신경림은 잘 알려진 시인이며 민요연구회 회장이다. - 어릴 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툭하면 글 속에 임OO, 김XX, 이□□ 등 복자 이름이 튀어나오던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 (중략) 알만한 연배의 선배를 찾아 빈칸을 채우고 복자 이름에 대한 지식을 채우는 일이 어느덧 책을 읽으면서 얻는 재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중략) 서울 와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헌책방을 뒤지는 일이었던 것 같다. 말똥종이에 깨알같은 활자가 잘 보이지도 않는 헌책을 사는 데 나는 조금도 돈을 아끼지 않았으며, 지금 뒤돌아보면 내가 그토록 기를 쓰고 찾아 읽고 간직하고 그래서 때로 말썽이 되었던 책들은 공산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후략)

독서신문 1980년 7월 12일자 지면이다. 당시는 도종환 서정윤 시인의 서정시집이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이른바 '서정시 시대'였다.

* 무명시인들 작품 폭발적 인기= 7월 12일자다. 무명시인들의 작품이 87년도 상반기중에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서점 종로서적이 집계한 87년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과 서정윤의 『홀로서기』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4월 6일 초판이 나온 홀로서기의 경우, 3개월도 못된 현재 15판 13만부가 팔려나가 한국출판사상 단행본으로는 최고 판매부수를 기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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