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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칼럼]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마음의 평화다
대한북레터협회장 / 보림S&p 부사장

[독서신문]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서자출신 왕족인 맹상군이 있었다. 맹상군은 5월5일에 태어났다. 40여명의 자식을 두었던 아버지는 맹상군을 버리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몰래 키웠다.

장성하여 아버지를 뵙게 되자 아버지가 첩이었던 어머니에게 화를 내었다. 맹상군이 물었다. “어찌하여 저를 키우지 못하게 하셨습니까?” “5월5일에 태어난 아이는 집의 문설주 높이만큼 자라면 부모를 해친다고 한다” “그럼 문설주를 제 키보다 더 높게 고치면 되지 않습니까?”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맹상군은 집에 머물며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루는 가솔과 친지들에 의해 명분 없이 재산이 축나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게 여쭈었다. “손자의 손자는 무엇이라 하옵니까?” “현손이라 하지 않느냐” “현손의 현손은 무엇이라 합니까?” “운손이라 하지 않느냐?” “운손의 운손은 무엇입니까?” “글쎄… 왜 그런 것을 묻느냐?” “엄청난 재산을 알 수도 없는 운손의 운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또 그들이 이 재산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강호의 인재를 식객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지혜로 가문과 나라를 빛나게 한다면 집안의 덕과 광영이 자자손손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맹상군은 40명이 넘는 자식들 중 가장 불리했던 여건을 극복하고 마침내 가업을 이을 수 있었다. 그의 집에는 3천명의 식객들이 넘쳐났고 최고의 인재양성소가 되었다. 거지였던 풍환도 식객을 좋아한다는 말에 맹상군을 찾았다.

그는 몰골은 볼품이 없었지만 고기반찬, 수레, 가족의 살림 등 요구는 많았다. 그러나 맹상군은 싫어하는 기색 없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다. 1년쯤 지나 맹상군에게 고민이 생겼다.

설 지방에 있던 1만호의 식읍 소작농들이 제대로 세를 내지 않았다. 또 빌려간 돈을 갚을 생각도 하지를 않았다. 무위도식하던 풍환이 이를 눈치 채고 돈을 받아 오겠다고 했다.

어려운 일을 맡겨 그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던 맹상군은 그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출발하며 풍환이 물었다. “돈을 받고 나면 무엇을 사올까요?” 맹상군이 답했다. “이곳에 없는 것이면 무엇이건 좋네”

설에 당도한 풍환은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했다. 그리고 수금된 돈으로 빚진 사람들을 모두 모아 잔치를 베풀며 말했다. “맹상군께서는 여러분의 어려움에 매우 마음 아파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다를 바 없는 여러분들의 채무를 모두 탕감해 주라고 했습니다” 풍환은 가지고 온 차용증서 뭉치에 불을 질렀다.

모든 사람들이 맹상군의 처사에 환호하고 감읍했다. 풍환이 설에서 돌아오자 맹상군이 물었다. “무엇을 사 오셨는가?” 풍환이 답했다. “이곳에 금은보화는 넘쳐납니다. 부족한 것은 오직 인의(仁義)입니다. 차용증서로 인의를 사왔습니다” 맹상군은 못마땅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맹상군은 그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던 민왕의 미움을 받아 재상직에서 쫓겨났다. 그러자 그 많던 식객들이 모두 맹상군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다. 풍환은 그에게 남아 설에 가서 재기를 다지라고 권유했다.

맹상군이 실의에 차 초라하게 설에 나타나자 백성들이 백리까지 뛰쳐나와 환호하며 마중했다. 맹상군은 감격했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풍환에게 말했다. “재물보다 인의가 중함을 이제야 깊이 깨달았소. 선생의 혜안에 깊이 감사드리오”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고들 믿는다. 그러나 삶에는 돈보다 중한 것이 있다. 카다피는 1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심을 잃게 되자 반정부 시위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민심을 잃지 않았던 경주 최부자나 구례 운조루는 동학이나 6·25 같은 전쟁의 참화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가문을 온전히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외부와 단절하고 주위 사람들을 착취하고 의심하는 삶은 고달프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며 웃음과 경험을 많이 축적한 사람이다. 많이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면 가난한 것이고 적게 있어도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것이 없다면 부자다. 재물을 늘리려 안달하지 말고 인의를 늘리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마음의 평화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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