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book 조리book- 『그래, 나는 연필이다』] 연필 전문가 9명 인터뷰…연필 탄생과 의미 등 아날로그의 맛과 멋 가득
[요리book 조리book- 『그래, 나는 연필이다』] 연필 전문가 9명 인터뷰…연필 탄생과 의미 등 아날로그의 맛과 멋 가득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5.2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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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연필이다』
영원을 꿈꾸는 연필의 재발견
박지현 지음 │ 퓨처미디어 │ 368쪽 │ 18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연필은 깎아야 쓸 수 있다. 작은 칼을 쥐고 적당한 각을 세워 나무에 힘을 준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삼나무는  칼의 힘을 받아 작고 기다란 깃털같은 껍질을 만들어낸다.

육각형 몸체를 적당히 돌려가며 칼이 지나간 자리가 맵시 있고 일정한 무늬를 이루도록 신경을 쓴다. 그리고 끝으로 연필심을 조심스레 다듬어 뾰족하게 한다.

이래야 연필이 제 구실을 하고 손으로 일정한 힘을 주어 종이에 눌러주었을 때 글씨가 되고 때로는 스케치가 되고 때론 소통의 수단이 된다.

그러나 별로 신기하지도 않고 더구나 대단한 물건도 아니고 이제는 쓰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 물건이다.

그런데, 연필 깎기 전문가, 그것도 돈을 받고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연필에 대해 500쪽이 넘는 책을 쓴 사람도 있다는 걸 아는가. 연필심을 이용한 조각품으로 9·11테러 희생자를 위로하는 조각가가 있다는 것도 별로 알려진 얘기는 아니다.

그리고 연필로 TV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것도 한국 사람이. 여자가.
하찮은 물건에 주목하는 이는 어느 시대든 있다. 우리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며 새로운 방식과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친절한 안내자 말이다.

헨리 페트로스키 교수와 인터뷰하는 작가 박지현.

이 책이 그러하다. 『그래, 나는 연필이다』. 도전적이기도 하고 주목해달라는 강한 의지가 보이기도 한다. 2015년 TV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의 감독 박지현이 다큐로 다하지 못한 얘기를 글로 풀어냈다.

박 작가(감독) 말에 따르면 연필 다큐는 아마도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세상 다큐는 다 만들었을 것 같은 BBC도 연필 다큐는 만든 적이 없다는 사실을, 500쪽이 넘는 연필 책 『연필』의 저자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연필 전문가(작가,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잡지 발행인 등) 9명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묶었다. 한국인도 있지만 대부분 영미권 사람들이다.

연필을 깎아주고 돈을 받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주문하는 고객이 있다는 말이다. 미국 연필 깎기 전문가 데이비드 리스다.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스는 그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내 평생 이렇게 요염하고도 도도한 연필은 처음 봅니다. 연필이 나를 경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교양없고 무식한 놈이라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죽고 싶었어요. 불만족한 고객 스파이크 존스 영화감독 드림’ 이라고. (59쪽).

그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2000개가 훨씬 넘는 연필을 깎았다. 그 중 고객이 보내줘 깎아 준 건 약 30개 정도. 나머지는 모두 직접 공급한 것이다. TV에서 그를 특집으로 내보내자 하루만에 600개 주문이 들어온 적도 있다.

그러면 그는 손으로 연필을 깎을까. 대부분 아니다. 전기로 구동하는 유형이 아닌 모든 연필깎이를 이용한다. 그는 연필깎기에 앞서 준비 체조를 한다. 그는 연필깎는 소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마음을 이완시켜준다고 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연필을 깎은 껍질도 함께 우송한다. 마치 손톱같아서라는 게 이유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연필을 쓰지만 연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딱 한 사람(저자 표현) 헨리 페트로스키 교수는 연필의 장점을 ‘쓰고 지울 수 있는 자유’라고 말한다. 이 장점은 창의성과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연필로는 또 명암을 조절할 수 있다. 펜으로는 할 수 없지만 연필로는 힘의 강약으로 더 넓거나 진한 줄을 만들 수 있다. 쓰고 지울 수 있는 장점은 전영록의 노래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를 떠올리게 한다.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4호 (2017년 5월 22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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