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물과 아시아 미』] 절묘하게 자리잡은 우리 옛 정자들…물을 돋보이게 하고 바위에 힘을 준다
[지대폼장 『물과 아시아 미』] 절묘하게 자리잡은 우리 옛 정자들…물을 돋보이게 하고 바위에 힘을 준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3.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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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 건축에서 물의 표현은 대체로 건물과 그 바깥에서 흐르는 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 건축물의 터잡이를 통해 물과 건축물은 거대한 스케일로 어울렸다.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안동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고산정(孤山亭)이다.

이 자그마한 정자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산과 도도하게 흐르는 강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경 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건물을 그다지 볼 것도 없고 크지도 않다.

대신 이 건물은 주변 자연과 드라마틱하게 어울리는 장대한 경관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물의 장대한 흐름을 잘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덕분에 물의 거대한 흐름과 우뚝 솟은 기암절벽이라는 관객을 둔 주인공이 됐고 그 건믈은 그런 자연을 시각적으로 더욱더 거대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듯 선명하게 물에 비친 건물은 맑고 투명한 존재감을 매우 강렬하게 전해준다.

눈으로 감지하기 어려운 물의 존재감이 건물로 인해 더없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서양의 건축물은 자연과 거리를 두려 하지만 우리 전통 건축물은 되도록 이렇게 물과 자연을 끌여들여 미학적 감흥을 극대화시킨다. <70~73쪽 요약>

* 서양의 건축물처럼 엄청난 공력과 재물을 들이는 게 아니라 단지 터잡이 하나만으로도 그런 미학적 표현을 한다는 것이 동아시아 미학의 탁월함이다. 경주에 있는 이언적의 사랑채 독락당(獨樂堂)이 그렇다.

물길이 급격히 휘어지는 곳에 정자를 세웠는데 위로 솟구친 건물과 아래에서 휘돌아 감기는 물의 흐름이 서로 역동성을 만들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자연 그대로 흐르고 있는 평범한 물 위에 가장 적합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건물을 정확한 포인트에 위치시켜서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냥 자연스럽다고만 말하기엔 너무나 치밀하게 계산됐다. <74, 75쪽 요약>

* 송시열이 기거했다는 화양구곡의 암서재(巖棲齋)도 그렇다. 도도히 흐르는 화양구곡의 깊고 넓은 물 옆에, 역시 흐르는 물만큼이나 강렬한 에너지로 솟아있는 바윗덩어리들 사이에 놓인 암서재는 보일락 말락 하게 지어져 있다.

이 조그만한 집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역동적인 경관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화양구곡의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 <75, 76쪽 요약>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0호 (2017년 3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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