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20세기 후반 일본 문학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기작가 8인을 시대의 자화상과 연계해서 서술한 문예 평론집이다. ‘문단의 아이돌’ 배후에는 8인의 작가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저널리즘과 수많은 독자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토 미나코는 ‘문단의 아이돌’이 어떤 식으로 평가받았으며, 어떻게 보도됐는지 분석함으로써 일본의 1980~90년대 사상의 맥락을 밝혀낸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거품경제기에 사랑받은 문단의 총아였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작품에 대해 평한다. 1980년대 후반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사이토는 ‘하루키는 왜 잘 팔렸는가’보다 ‘왜 잘 논해졌는가’에 집중하면서 그 이유가 하루키 작품의 특징인 ‘게임성’에 있다고.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일본에는 ‘여성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제창되는 ‘여성 시대’라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 하야시 마리코와 우에노 지즈코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출발점부터 달랐고 세간의 평가도 달랐다. 여러 의미에서 양극과 음극의 관계를 이루었지만, 고지식한 영감들을 상대로 싸웠다는 점은 같다는 점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1974)」라는 기사를 발표한 후 일약 ‘거대 악을 파헤치는 정의의 언론인’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의 탐구자’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다치바나는 진정으로 ‘문과와 이과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지식의 거인’이었을까? 라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자는 자연과학계와 인문과학계로 분단된 언론계였기에 다치바나 같은 ‘지식의 거인’이 군림할 여지가 생긴 것이 아닌지, 또한 1980년대 초각 장르가 전문화되는 가운데 다치바나 다카시만은 ‘지식의 편의점’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가 돋보였던 것이 아닌지 되묻는다.
■ 문단 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지음 | 나일등 옮김 | 한겨레출판사 펴냄 | 30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