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6주간의 앙코르 공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전하는 위로
[공연리뷰] 6주간의 앙코르 공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전하는 위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2.28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HJ컬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힘들 때 곁에서 나를 믿어주고 끊임없이 마음으로 다가와 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에 선정돼 2016년 7월 초연을 올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한 달 남짓 이어진 공연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예그린뮤지컬어워드 3개 부문(혁신상, 극본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돼 극본상을 받았고,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4개 부문(작품상, 극본상, 작곡·음악감독상, 프로듀서상)에 노미네이트돼 작곡·음악감독상을 받았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오리지널 캐스트로 올해 2월 4일부터 다시 무대에 오른 ‘라흐마니노프’ 팀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6주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역에는 그의 고뇌를 잘 표현해 줬던 박유덕·안재영 배우가, 니콜라이 달 박사 역에는 노련한 연기로 캐릭터를 잘 해석했던 김경수·정동화 배우가 함께한다. 또한, 이범재·박지훈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이 감미로운 연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공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실화에 기반을 둬, 어떤 결말일지도 예상할 수 있다. 러시아 낭만주의의 대미를 장식한 피아노 협주곡의 거인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그가 신경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당시, 그를 찾아와 마음속에 긍정적인 기운과 자신감을 다시 심어준 니콜라이 달 박사. 심리 치료 끝에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 시킬 수 있었고, 그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는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헌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치료 과정이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그저 ‘자기암시 요법’을 통해 라흐마니노프가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기록만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했는지는, 철저히 상상에 기반한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도 청년 시절에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고, 힘들고 막막한 미래의 두려움을 느꼈으리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라흐마니노프가 달 박사에게 ‘치료’받는 과정에서 관객들도 함께 ‘치유’받을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 역의 박유덕

천재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

어린 시절부터 촉망받던 천재 피아니스트. 모스크바 음악원 수석 졸업 후, 야심차게 교향곡 1번을 발표하지만 ‘어렵다’, ‘난해하다’는 평과 함께 실패하고 만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실력을 의심해 보지 않은 라흐마니노프, ‘내 음악은 완벽했는데, 왜 다들 어렵다는 거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곡인데’ 라는 생각에 3년간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곡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머릿속에서 악상이 맴돌 뿐 피아노 앞에 앉으면 산산이 흩어진다. 말을 통한 소통보다 음악을 통한 소통이 편해 사람과의 관계 맺기도 거부한다. “들려와요 하늘의 목소리. 나를 향한 피아노 떨림이. 움직여요 내안의 슬픔이 멜로디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서 마음으로 와” 하고 나지막이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재기하고 싶은 열정이 느껴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니콜라이 달 박사 역의 정동화

따뜻한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지그문트 프로이트 교수의 제자. 몇 년째 신경 쇠약에 시달리고 있다는 라흐마니노프의 병세를 치료하기 위해 그의 사촌형 실로티에게 수십통의 편지를 보낸다. 그간 다양한 치료방법을 써봤지만 차도가 없던 터, 실로티는 달 박사에게 어떻게든 동생을 치료해 달라며 자신의 방을 내어준다. 

하지만, 자신에게 등 돌린 채 피아노 앞에 한없이 앉아있는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 비올라를 연습해 왔다며 연주해 보기도 하고, 음악이라는 공통적 관심사로 대화를 이어가 보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달 박사는 “당신은 사랑받고 있어요”라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라흐마니노프가 왜 교향곡을 쓰고 싶었는지,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건지 마음속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이 기사는 2017년 2월 27일자 독서신문 1618호 [뮤지컬] 지면에 실렸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