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정교과서 결국 폐기 수순… 최근 탄핵 등 여파 추진동력 상실
[이슈] 국정교과서 결국 폐기 수순… 최근 탄핵 등 여파 추진동력 상실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7.01.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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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위안 부 등 첨예하게 의견 대립, 박정희 미화 논란…결국 역사관이 쟁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편집자주: 국정역사교과서가 사실상 폐기될 운명이다. 교육부는 최근 국정교과서 채택 1년 유예를 발표, 다음 정부에 선택 여부를 넘겼지만 교육계는 사실상 폐기수순으로 보고있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의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과 파장, 전망을 알아본다.

◇ 2015년 9월 박근혜 정부, 국정역사교과서 추진
 교육부 황우여 장관은 2015년 9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발표했다.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에 따라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국정교과서가 현장에 적용된다. 국정교과서는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민간 교과서를 검증하는 출판 방식이 아닌 정부가 선정한 기관에서 통합해 집필한 교과서’ 형태로 만들게 되며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새누리당에서 강력히 추진했던 교육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했으며, 이는 2011년 검정 교과서 전환 이후 6년만에 국정교과서로 다시 전환된다.
황우여 장관은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결짓고자 선택한 불가피한 일”이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과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 국정교과서 도입, 정치권 상반된 입장…野, 강력 반발
교육부의 국정화 교과서 전환을 놓고 국사편찬위원회 전?현직 위원장, 여당을 비롯한 보수계 인사,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찬성 입장을 표명해왔다. 반면,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상당 수 역사단체들 역시 우편향을 우려했다. 야당은 국정교과서가 도입되면 국사편찬위원회에 집필을 위탁할 수 밖에 없는데, 정작 편찬위원장은 대통령 권한으로만 임명할 수 있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다는 점 등 중립의무를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세계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스리랑카, 몽골, 베트남으로 거의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 강행은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처사라 설명했다.

◇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개 거부…깜깜이 집필 비난
2015년 10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전국곳곳에서 열렸고, 대학 역사학과 교수진들 역시 집필거부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념적 논쟁에 휩싸일 여지가 있는 학자들은 집필진에서 가급적 배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30~40명 규모 집필진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집필진 명단 비공개를 비롯해 집필기준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깜깜이 집필, 밀실 집필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는 등 집필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방성이라는 원칙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 무수한 비난 속 11월 28일 국정교과서 검토본 공개
지난해 11월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베일을 벗었다. 국정화 반대라는 공론을 무릅쓰고 강행한 결과물이었다. 이날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공정한 국가관이 담긴 교과서라 자부한다”고 밝혔다. 현장검토본 공개를 놓고 한 진보계열 인사는 “현대사 부분을 저술한 집필진 7명 중 한국사 전공은 전무하고 4명은 뉴라이트 계열이며 2명은 5·16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이 집필한 편향된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또 “항일독립운동사는 축소하고, 아버지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한 교과서”라고 말했다.

◇ 국정교과서 3가지 논란… ‘건국절·박정희 정권 미화·위안부’ 서술
국정교과서 내용 중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건국일’이나 ‘건국절’은 교과서에 실리지 않는다. 다만, 지난 11월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에는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재해 논란이 일었다.
현장검토본 공개 후 의견 접수가 실제로 가장 많은 부분이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28일 현장검토본 공개 브리핑에서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했다. 친일행위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2월 27일 국정교과서 현장적용 방식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157건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수정·반영할 예정이냐는 기자진들의 질문에 교육부는 국편을 통해 집필진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결국 집필진들이 이런 의견을 수용해서 고쳐야 되는 것이기에  교육부나 국편이 고쳐라, 마라 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본군 위안부 서술은 현행 교과서 대비해서는 강화됐으나, 원고본 내용에 비해서는 다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받은 ‘원고본 외부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일본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삭제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역시 주목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장기독재, 부정선거 등 부정적 측면만 서술했다는 것이 보수진영의 논리다. 이에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에서 벗어나 공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건국의 기틀을 세웠다는 재평가 중심의 기술이 삽입됐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 과정의 긍정적인 면을 기술하면서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는 측면으로 서술했으나 진보진영에서는 지나치게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다만,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자칫 여론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객관적 서술 중심으로 평가했다.
 

◇ 민심에 좌초된 국정교과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현장적용을 1년 유예하되, 2017년에는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18년 전국 학교 현장현장에는 국·검정 혼용 체제를 도입한다고 27일 덧붙였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수렴을 토대로 향후 현장적용방안을 밝히고자 마련됐다.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의견수렴을 한 결과, 현장검토본 웹 공개 사이트를 통해 7만 6,949명이 방문해 총 3,807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이중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의견이 1,630건, 오탈자, 비문, 이미지 관련 의견이 각각 67건, 13건, 31건, 국정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 등 기타 의견이 2,066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접수된 의견 중 즉시 반영된 의견은 21건, 검토가 진행 중인 의견은 808건이며, 신중한 검토를 통해 2017년 1월에 나올 교과서 최종본에 수정을 통해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조치를 놓고 교육계 전반에서는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국민들을 비롯한 여론의 비난이 워낙 큰 데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추진 동력이 사실상 상실하자 그에 따른 절충안으로 1년 유예를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1년 유예’ 방안은 그동안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기 됐던 것으로서, 국정교과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명분을 그나마 살릴 수 있는 대책이라고 평가되어 왔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를 통해 국정교과서에 대한 현장적용 1년 유예 및  국· 검정 혼용은 다음 정부 몫으로 넘어갔다면서, 사실상 폐기절차를 위한 수순으로 기울여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역사교사 10명 중 8명 ‘반대’…현장적용 험로 예상
지난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역사교사 대토론회에 참석한 150여명의 교사들은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적용방안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시교육청이 28일 실시한 서울 시내 역사교사 70여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8%가 교육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현장 적용 방안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자체를 반대한다는 대답은 93.2%에 달했다. 서울지역 고등학교 역사교사 10명 중 8명이  국·검정 혼용 방안에 반대하는 셈이다.
이세연 미림여고 역사교사는 “객관적으로 오류가 많은 교과서를 공부하면 이를 보완해주는 보조교재를 추가 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성에 따른 학내 분열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관악구에서 온 10년 경력의 한 역사교사는 “국·검정 혼용 체제가 되면 수능 준비생들의 한국사 공부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교과서를 집필해 본 경험에 의하면 교육부가 제시한 기간 안에 집필부터 검정심사, 수정, 보완까지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을 확정했다 하더라도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반발이 커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연구학교’ 지정시 예산·승진가산점 혜택…교육청 ‘꼼수’ 비난
한편, 교육부는 2017년부터 국정 역사 교과서 사용을 원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1곳당 1,000만원의 예산과 승진가산점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진보교육감들은 사실상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교육부가 다각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17곳 시·도 교육청 중 13곳 교육청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승인하지 않겠다”라며 응수했다.
13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의뢰를 거부하는 근거로 교육부의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 중 ‘특별한 사유’를 들고 있다. 규칙 4조는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 추진·교과용 도서 검증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예외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 간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교육부는 법 절차에 따라 연구학교 지정 계획을 수립, 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달 중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현장에서 혼선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어 현장적용의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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