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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6)] 친구들과 서로 글 바꿔 점검받는 ‘동료 피드백 기법’ 효과 크다독일 글쓰기 지침서 『올바른 학술적 글쓰기』서 소개한 중·고교생 글쓰기 지도법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딜타이 김나지움 독일어 수업시간. 3~4명씩 모여 앉아 서로의 글을 점검해 준다.

[프랑크푸르트(독일)=신향식 특파원]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강의하는 헬가에셀본 크룸비겔(Helga Esselborn-Krumbiegel) 교수는 저서 『올바른 학술적 글쓰기(Richtig wissenschaftlich schreiben)』에서 중·고교생들의 글쓰기 지도방법을 소개했다. 크룸비겔 교수는 독일 뮌헨대학과 쾰른대학,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독문학과 비교문학, 영문학을 전공했다. 독일은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독서, 토론, 글쓰기를 통합한 교육을 실시한다. 크룸비겔 교수가 제안한 중·고교생 글쓰기 지도방법론을 일부 소개한다.

◆ 텍스트 생산하고 검토하는 일에 교사들 도움 필요

텍스트 생산은 ‘설계-작성-산출’이라는 세 단계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텍스트 작성은 글쓰기 설계 과정과 결과물 산출 과정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글쓴이 주=여기서 텍스트는 소통할 목적으로 생산한 문자 언어를 말한다.) 텍스트를 만드는 일은 글쓰기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글의 생산 과정이다.

텍스트 검토는 내용을 추가하고 제거하고 고치는 일을 포함한 과정이다. 피상적인 내용에 구체적인 사례를 추가하는 일부터 텍스트 일부분을 통째로 재구성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글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목표했던 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성 측면에서 어떤 허점이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처럼 텍스트를 생산하고 검토하는 일에는 글쓰기 교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글쓰기 경험이 적은 중·고교 학생들에게는 이 작업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사항을 도와주면 학생들은 더욱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 육필보다는 컴퓨터 문서기로 글을 써야 수정하기 좋다

첫째, 글쓰기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도록 이끌어야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글쓴이의 생각을 독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게 하고 검토해 주면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피드백 시스템(Rückmeldesystem, 뤽멜데쥐스템)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생소한 텍스트를 쓸 때 겪는 어려움을 견뎌내는 훈련을 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의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학생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문장력 향상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둘째, 교사들은 학생들이 육필보다는 컴퓨터 문서기로 글을 쓰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 물론 육필로 쓰는 게 좋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지만 컴퓨터 문서기로 초안을 쓰고 수정 보완하면 더 능률이 오른다. 낯선 유형의 텍스트를 쓸 때는 수많은 수정작업이 필요하다. 컴퓨터로 작업하면 모니터를 통해 많은 내용을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글의 문제점을 발견해 고치기가 쉽다.

셋째, 교사들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글을 서로 바꿔서 점검을 받아보도록 이끄는 게 효율적이다. 또래에게도 개인적으로 글을 검토 받고, 교사가 주선한 ‘글쓰기 모임’에서도 점검받으면서 다양한 비평을 접해 보라는 뜻이다. 교사는 중재자 역할만 하고 글 내용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 그 대신 동료 피드백(Peer-Feedback) 기법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글 수준을 끌어올려 주는 데 유리하다. 동료 피드백 기법은 엇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글을 읽고 서로 조언을 해 주는 글다듬기 작업이다. 중·고교생들과 대학생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할 때 적용하면 의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독일어 수업 시간 중 활용하는 교재. 독일은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독서, 토론, 글쓰기를 통합한 교육을 실시한다.

◆ 교사는 중재자, 학생들끼리 글을 점검하게 하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다음 순서대로 글쓰기 훈련을 하도록 이끌어 주면 된다.

① 먼저, 학생들이 글을 작성하게 한다.

② 자신이 쓴 글을 친구들에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보게 한다.

③ 4명 정도로 소그룹을 만들어 글을 발표하게 한다. 한 번에 긴 내용을 발표하는 것보다 글을 쓸 때 어렵게 느껴졌던 경험을 곁들이게 한다. 특정 장르의 글을 써 보지 않았기 때문에 겪었던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둬 발표하게 한다.

④ 친구가 낭독한 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하게 한다. 최대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게 하되, 토론 방향이 빗나가거나 집중도가 떨어질 때만 교사가 개입한다.

⑤ 글을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는 정보가 토론 과정에서 나오면 꼼꼼하게 메모하도록 한다.

⑥ 친구들의 의견을 반영해 글을 수정하고 최종본을 완성하게 한다.

다음은 학생 3명이 글쓰기 모임에서 친구의 글을 놓고 대화를 나눈 사례다. 한 학생이 글을 낭독한 뒤 출력해서 친구 안드레아스(Andreas), 에파(Eva), 바바라(Barbara)에게 나눠주고 비평을 듣는다.

A(Andreas):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글을 썼구나?

B(Barbara):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내용이 한눈에 안 들어오는데….

E(Eva): 맞춤법도 틀렸어! ‘Tod(죽음)’라는 글자는 ‘d’로 끝나야 해. 하지만 이 글에서는 ‘t’로 끝났어.

(중략)

A(Andreas): “우리는 콕스, 헤로인 등을 집었고, 1500마르크를 냈다”는 문장이 있네. 좀 이상하다.

E(Eva): 돈 액수가 너무 많이 적혀 있잖아. 앞에 적어놓은 액수랑 달라. 8번째 줄에는 1,500DM(마르크), 12번째 줄에는 3,000DM(마르크)라고 되어 있잖아.

B(Barbara): [웃는다]

(교사): 이게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바바라? 글을 분석하는데 집중해야겠지?

(중략)

A(Andreas): 3페이지 첫 단락은 왜 이렇게 돼 있지? 앞부분이랑 연결이 안 돼.

E(Eva): 한참 생각하면 이해는 되는데…. 아무래도 고치는 게 낫겠다.

B(Barbara): 사례라도 넣으면 될까?

(중략)

이렇게 학생들은 토론한 뒤 글을 어떻게 고치면 될지 의견을 모은다. 그 다음, 공동 작업으로 글을 수정한다. 이는 글을 쓰고 고치는 작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맡기는 교육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자신의 글을 말로 소개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이를테면, 문자 텍스트를 음성 텍스트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그 다음, 문자 텍스트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과 이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더 좋은 텍스트로 고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청소년들의 글쓰기 교육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의 토론 방향이 엇나가지 않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 필요

글쓰는 사람(생산자, 송신자)과 도움을 주는 사람(수신자)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우선, 글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작성한 글을 낭독하고 소개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비평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수용력, 그 비평이 바람직하지 않을 때 피드백을 거절하는 유연함, 수신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글을 다듬는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

그다음, 도움을 주는 사람은 문자 텍스트가 소리로 변환될 때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글의 수준을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는 역량과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글쓴이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학생들끼리 모여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긴 하지만 교사가 어떻게 안내하는지에 따라 교육 효과가 달라진다. 학생들이 심사숙고해 작성한 글을 읽고 점검표를 바탕으로 검토 후 조언해줘야 한다. 점검 내용은 △글쓰기를 하는 목적에 부합하고 적합한가 △내용은 적절한가 △구성은 적당한가 △표현과 문체는 어떠한가 △언어적으로 올바른가 △표현은 적합한가 등이다.

◆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정보 가공하는 역량 갖춰야

교사는 글쓰기 방법론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글쓰기 교수법 중에서 알맞은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① ‘전통적 글쓰기’는 글 종류에 따라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 익히는 데 목적이 있다. 또, 문체의 특성을 두루두루 파악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춘다. 글의 종류와 그에 따른 글 구조를 파악하면서 글쓰기를 익혀야 한다. 예컨대, ‘최고의 휴가’란 주제로 글을 쓴다면 휴가 경험을 설명하면서 자기 생각을 담는 글이 되고 그에 따른 문체와 시간적 전개 방식의 구성을 적용하면 된다. 전통적인 글쓰기 수업에서는 목차에 따라 엄격하게 순서를 정렬해 가는 글쓰기를 강조한다. 중요한 내용을 앞에 제시하는 연역적 구성에 기반한 글쓰기 요소도 중시한다.

② ‘자유로운 글쓰기’는 가급적 특정 글쓰기 방법(기교)을 전혀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단계에서는 글쓰기 형식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다. ‘자유로운 글쓰기’에서는 어떤 종류와 내용의 글이라도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집필할 수 있는 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특히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배운다. 가령, ‘오늘의 생각’ 등 사소한 글감으로도 글을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③ ‘창의적 글쓰기’는 글을 쓸 때 연상과 상상을 촉진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게 관건이다. 예컨대, 동굴 입구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한한 연상과 상상을 하도록 한 뒤 그것을 글로 써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인간의 두뇌에서는 의미론적 구조들이 형성돼 문장들로 연결되고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글이 나올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게 된다.

④ ‘생산적 글쓰기’는 소설을 읽고 주인공의 내적 독백을 글로 표현하면서 문학적 글쓰기를 익히는 방식이다. 문학 작품에서 뽑아낸 질문의 답변을 글로 연결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또, 원작의 미학적 측면에 기반해 몇 가지 테마를 끄집어내야 한다.

⑤ ‘기능적 글쓰기’는 정보가 잘 전달되도록 글로 가공하는 작업을 말한다. 정보 제공자와 수용자 사이에 글의 맥락이 잘 이해되도록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작성자’는 발화자가 되고 ‘독자’는 청취자가 되는데, 양쪽이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가령,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글을 쓸 때는 사실적인 정보를 가공해 독자에게 더욱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표현능력이 필요하다. 글을 통한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기능적 글쓰기’의 목표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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