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희망은 투쟁 속에 발견될 수 있다
[서평] 희망은 투쟁 속에 발견될 수 있다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10.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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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거대한 분기 : 신자유주의 위기 그 이후』

[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언론에서 투쟁의 현장에서,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한 용어다. 또 신자유주의를 단순히 경제 이론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로 인한 파장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21세기 지구촌과 현 인류를 관통하는 매우 친밀도 높은 그야말로 ‘문제’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야기하려면 신자유주의를 아는 것부터 필요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경제 이론이다. 설명만으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한 것처럼 ‘분기’해야 하는 이유는 더욱 뚜렷해진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성과 규제 완화, 재산권을 중요시한다. 국가 권력의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어떠한가? 빈부 차이로 인한 양극화는 모든 국가의 골칫거리가 됐고, 근로자의 노동 환경이나 질은 훨씬 더 악화했다. 과거 신분제로 인한 계층 분할이 아닌 자본에 의한 보이지 않는 계층이 형성되고 있다.

또 자본이 부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자본가가 돈이라는 무기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손을 뻗어 그 힘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 역시 점점 더 해법 찾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책 ‘거대한 분기’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신자유주의의 향방을 예측한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 문제를 내부사정으로만 볼 수 없게 됐고, 아직도 유럽과 미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로 시발 된 범국가적 문제를 다른 국가를 통해 살펴보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 역시 의미 있겠다.

두 저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출신으로 ‘거대한 분기’ 출간에 앞서 이미『자본의 반격』『신자유주의의 위기』를 펴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역사와 현황을 꾸준히 추적해왔다. 그 연장에서 신자유주의 위기와 이후의 자본주의 담론을 담았다.

저자들은 우선 19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 사회 변화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마르크스 계급 이론을 갱신해 ‘자본가-관리직-민중’의 삼중 계급 구조를 설정한다. 특히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간적 위치를 점하는 관리직은 단순한 사회적 범주가 아닌 넓은 의미의 사회 계급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19세기 후반부터 2008년 경제 위기까지 자본주의 역사를 분석했다.

대공황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관리자본주의는 2008년을 기점으로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위기 때마다 세 계급의 역학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 질서가 형성됐다고 봤다.

먼저 19세기 후반 과도한 경쟁으로 기업의 자본 수익성이 하락한 상황을 첫 번째 위기로 구분 짓고, 삼중혁명에 때문에 극복됐다고 설명한다. 삼중혁명은 개인 소유의 기업을 주식회사와 같이 집단적 소유 형태로 전환하는 ‘기업 혁명’, 대기업을 지원하는 거대 금융기관이 형성되는 ‘금융 혁명’, 경영 혁신으로 불리는 ‘관리 혁명’을 이른다.

이 시기 전통적 중소 자본가들과 거대 주식회사 간에 타협이 이뤄지고, 자본가 계급과 관리직 사이에서도 타협이 이뤄진다. 또 대자본가의 이익은 금융기관에 의해 보호되며 자본가들은 지배력을 유지하게 된다. 사실상 대자본가와 금융기관 유착이 이뤄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금융 헤게모니’ 시대로 명명했다.

1929년 미국 주식 시장이 대폭락하며 대공황을 맞게 되고, 두 번째 위기가 발생한다. 20세기 초반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이에 따른 경제 불안정성은 심화한다. 이러한 가운데 루즈벨트 정부는 뉴딜정책을 시행하며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정책을 편다. 이를 민중과 관리직 계급의 동맹, ‘좌파적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사회야말로 경제 성장을 위한 금융의 역할, 증대된 정부의 역할과 사회 보장 등이 추진되며 실현됐던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사회질서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1970년대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큰 폭의 이자율 인상을 단행한다. 세 번째 위기에 따른 조치다.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지만 1980년대 이후 많은 제3세계 국가는 국가 부도 상태 또는 외채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좌파적 동맹’을 종식하고, 관리직과 자본가 내지는 금융 계급의 ‘우파적 동맹’을 이끄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리고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미국은 양적 완화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국가 개입에 나서고 있으면서도 금융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진 않고 있다. 저자들은 이 시기를 또 하나의 ‘거대한 분기’로 가늠하고 나름의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지향점은 분명하다. 관리직 계급과 민중 계급 사이의 새로운 동맹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단계적으로 지양하는 점진주의적 경로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단언한다. 더불어 금융 헤게모니를 타파하고 관리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과 영미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세계적 관점에서 어떠한 정책적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비록 유럽 대상이기는 하나 관리자와 민중 계급의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투쟁이 결국 지금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실행 능력이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희망은 투쟁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마무리한다.

결국, 인권과 복지로 귀결된 모두 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중 투쟁’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의 전환점에는 ‘민중’이 존재했고, 이 역시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대상은 분명하고 명분도 정확하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제대로 알고 함께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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