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루다의 ‘모두의 노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다
[리뷰] 네루다의 ‘모두의 노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다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09.28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블로 네루다 『모두의 노래』

[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문학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가장 명쾌한 답변을 들려줄 수 있는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파블로 네루다’를 지목할 것이다.

이유는 많다. 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도 많다. 그런데도 재차 이야기하려는 건 정작 우리나라에 네루다 자신이 최고의 역작이라고 했던 『모두의 노래』가 이제야 완역돼 출간됐기 때문이다.

네루다의 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략하게라도 그의 일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칠레 출신으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문학교사였던 어머니의 감수성을 물려받아서일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으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특히 열아홉에 출간한 『스무 편의 사랑과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남미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데 외교관의 삶이다.

이 책은 스페인 내전 당시 영사로 근무했던 네루다가 공개적으로 공화파를 지지하다 해임되고 귀국한 1938년부터, 파리의 난민 담당 영사를 거쳐 멕시코 총영사로 근무하고 돌아와 정치가로 활동하던, 비델라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1949년 아르헨티나로 망명길에 오르기 전까지 시를 모은 것이다.

네루다는 확연히 달라졌다. 파리에서 영사로 있을 당시 프랑코의 파시스트 반란이 일어나자 현지 거주하던 스페인 사람들의 망명을 돕게 되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맞게 된다.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과 기득권을 보호 세력의 충돌을 목도하며 ‘시대의 충실한 증언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파블로 네루다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이후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노동자, 평범한 민초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시로 써내려간다. 특히 네루다는『모두의 노래』를 통해 중남미 역사 인식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 유럽 열강의 침략을 중심으로 한 기술이 아닌 시원의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마야와 아스테카, 잉카 등 찬란했던 그들의 자연과 문화, 예술을 전면으로 응시하며 내세운다.

이는 중남미 국가가 독립된 후에도 여전히 백인들로 이뤄진 지배층들로부터 당한 수탈과 멸시를 당한 민중들이 저항의식을 각성하고 온전한 민중의 독립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각자’ 역할로 작용하며 ‘모두의 노래’는 ‘민중의 노래’로 길이 남게 됐다.

한편, 중남미 관련 책은 아직까지도 국내 번역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의 노래』역시 작품의 방대함과 난해함이 출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국대 스페인어과 교수를 지낸 고혜선 박사가 번역에 참여하면서 완역까지 이르게 됐다. 중남미를 이해하는 이정표 같은 책 인만큼 책장에 한 권쯤 꽂아두고 두고두고 읽어본다면 어느새 한층 더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모두의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732쪽  |  22,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