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아하는 시와 연기가 만나 ‘좋은 시 낭송’이 나왔다
[인터뷰] 좋아하는 시와 연기가 만나 ‘좋은 시 낭송’이 나왔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7.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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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온라인 대학생시낭송경연대회 대상 수상자 김중엽 씨
▲ 지난 14일 김중엽 씨를 만나 ‘재능 온라인 대학생시낭송경연대회’ 대상 수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시나 연극 둘 다 죽어가는 장르에요. 그 점이 제가 붙잡으려는 이유고요. 문학과 예술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느낄 것이 많음에도 느리게, 여러 번 곱씹어야 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겪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 시를 통해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 느끼곤 하거든요. 앞으로도 제가 느끼는 이 감동을 저만의 방식으로 전할 계획입니다.”

시의 매력을 당차게 말하는 이 젊은이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김중엽 씨(24)다. 최근 재능문화, 한국시인협회가 주최하고 교육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능교육, 재능시낭송협회가 후원한 ‘2016 재능 온라인 대학생시낭송경연대회’의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에 감정을 담아 낭송한 결과다.

다음은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일부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 정말 얼마큼 작으냐…….” 시대 앞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던 자신의 처지를 자책하는 모습이다.

▲ 김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낭송한 김중엽 씨의 모습 <사진제공 = 재능교육>

김중엽 씨는 경연대회 모집공고를 본 뒤 이 시가 바로 떠올랐다고 했다.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라는 고민 없이 단번에 택했다는 것. “시를 크게 소리 내 읽어보면 시를 쓸 당시에 시인이 느꼈을 감정이 전해져요. 김수영 시인은 자괴감에 빠져있었어요. ‘10원, 20원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된다고 사람에게 욕을 했을까.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죠. 스스로의 행동이 놀랍고, 이 상황이 슬프고,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웠을 그의 감정을 떠올리며 이입했습니다.” 김 씨는 이 말을 들려주면서도 순간 감정이 올라오는 듯 울컥했다.

평소 연극을 좋아해 작년에는 100편의 공연을 봤다는 그는 대학 연극 동아리에 속해있다. 그래서인지 표정 연기와 감정 표현에 거부감이 덜했고 시 낭송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시간이 나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촬영을 도와준 친구 김태연 씨와는 새벽에 경희궁에서 만나 정오가 될 때까지 100번도 넘게 암송을 했다. 하필 비가 쏟아지는 날 촬영을 진행해 혀도 굳고 대사도 꼬였다. 그럼에도 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장소의 온도와 색감을 최대한 담았고, 해가 나면서 3분가량의 낭송 영상도 완성됐다.

주최 측이 제시한 심사 기준은 △시의 선택 △이해 △낭송 기법(발성, 감정, 표현력 등) △태도 △종합 평가 등 5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시를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실제로 시인이 된 듯한 모습과 감정으로 시를 들려줬다. 또한, 시를 사랑하고 아끼기에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는 상금 100만원을 수고해준 친구와 반씩 나눠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에 열리는 ‘재능교육 전국시낭송경연대회’에도 출전해 또 한 번 좋아하는 시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중엽 씨는 최승자 시인의 시 ‘과거를 가진 사람들’을 추천해줬다. “너희들 문간에는 언제나 / 외로움의 불침번이 서 있고 / 고독의 시간의 아가리 안에서 / 너희는 다만 / 절망하기 위하여 밥을 먹고 (하략)” “제 살을 깎으면서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우울하고 절망적인 시이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봅니다”라 말하는 그의 눈빛은 대학생답게 희망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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