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독서신문
  • 승인 2007.11.15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순교자의 길... 하페 케르켈링의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하페 케르켈링의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독서신문
세상에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지만, 현실에 만족하며 풍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각 보다 많이 존재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아쉬움이 없기에 주변이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 보단,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끊임없이 달려가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러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코미디언, mc, 카바레리스트(풍자 시사극인 카바레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예술가) 등으로 활동하며 독일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던 하페 케르켈링. 자칭 ‘카우치 포테이토’라고 칭하며 땅딸보의 이미지로 스무 살의 나이에 방송에 입문해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는, 어느 날 청력 약화와 담석 산통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심근 경색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담낭 제거 수술을 받자 그는 그제야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급하게 달려만 왔던 자신의 지난날에 잠시 쉼표를 찍은 채, 숨 고르기를 시도한다.

그의 숨고르기는 어느 날 서점에서 『기쁨의 야고보 길』라는 책을 발견하면서부터 야고보 길의 순례자가 되는 것으로 결정된다.

11킬로그램이나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순례길에 올랐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바스크 지역을 가로질러 나바라와 카스티야 레온 등을 거치는 스페인 횡단길은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15% 정도만이 산티아고에 도착한다는 고난의 길이었다.
 
사실 그는 순례라는 고귀한 이름으로 그 길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고, 덤으로 ‘신을 만나면 재수가 좋은 것’ 이라는 생각으로 떠나는 길이었다. 수 틀리면 당장이라도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그 길은 그에겐 가벼운 사치와도 같은 일종의 휴가와도 같았다.

하지만 어느 덧 그는 진지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 한다. 아무 기대도 없이 걷고 있는 내 발걸음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자신이 산티아고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성공한다면 자신의 인생 또한 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등, 끝없는 자신에 대한 질문은 어떠한 답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하고 600km 의 행군은 그에게 고독을 느끼게 한다.

자신에 대한 끝없는 질문은 자아를 계속 해체하기 시작하고 해체된 자아는 그를 겸손하게 만든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자신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는지조차도 의구심이 들게 된다. ‘나 자신과의 대면’ 그것이 바로 야고보의 길이 그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발걸음 안에서 그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혹은 잃어버렸던 자신을 발견한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질수록, 그는 스스로에게도 점점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과연 신을 만났을까? 저자는 “만났다” 라고 답한다. 아스토르가로 가는 포도밭 한가운데 서서 갑자기 울음이 치밀어 올라왔을 때, 일종의 자기정화를 통해 마음 속이 진공의 상태에 이르렀던 그 때, 그는 눈물과 함께 신을 만났다.
 
그 것이 정녕 신이였는지는 저자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신과 하페 케르켈링의 만남은 둘만의 아주 내밀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 진실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여러 가지를 야고보의 길에서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겐 신을 만난 것과도 같은 것이다.
 
코미디언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책 안에서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 동안 경건함으로 무장했던 야고보의 길 여행기와는 다소 느낌이 틀리다. 하지만 그는 신을 만났다. 그리고 그 느낌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쾌하다고해서 그 신성한 만남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받았던 감동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페가 불현듯 서점에 들어가 『기쁨의 야고보 길』을 산 후 야고보의 길을 떠났듯이, 우리도 어쩌면 이 책을 집어들고 깨달음의 길로 가는 배낭을 꾸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하페 케르켈링 지음 /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368쪽 / 10,000원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