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19일 오후 100여명이 가득 찬 서울 광운대 중앙도서관 강의실에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울려 퍼졌다. 시인이자 국회의원인 도종환 의원이 '시와 청춘'을 주제로 특별강연한 자리에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시와 안도현 시인, 법정스님의 글 등 문학을 통해 20대 청춘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용기를 갖고 살아야 함을 이야기했다.
이어 "원래 미대에 가고 싶었으나 대학에 가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가 지방 국립 사범대에 진학해서도 참 많이 방황하고 절망했다"며 "그 절망과 좌절에서부터 문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물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에 인생을 비유해 녹여 낸 그의 시 '한 송이 꽃'과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 등은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산수유, 매화, 목련이 벌써 다 피고 진 다음에 장미는 5월에 피지만 꽃의 여왕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봄, 여름이 가고 늦가을에 피는 들국화, 구절초는 또 그들 나름대로 예쁘죠."
도 의원은 "살면서 우리는 먼저 돋보이고 성공하기를 바라고 또래 친구들 중에 일찍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가 있으면 부러워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 피었느냐보다 아름답게 피었다 가느냐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들국화같은 사람"이라며 "봄꽃, 여름꽃들이 다 인정받고 난 뒤에 늦가을쯤에 피어도 기쁘고 감사했다. 중요한 것은 나도 언젠가는 꽃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사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 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시 '담쟁이' 중)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0대, 20대였다"고 말한 도 의원은 "인생 전반기의 그 어려움을 거쳐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런 시련이 없었으면 나는 담쟁이같은 시는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가난한 부모, 힘든 현실 등 나에게 주어진 숙명은 바꿀 수 없었지만 운명은 바꾸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도 계급의 벽, 차별의 벽, 불평등의 벽을 만날 때마다 좌절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고 아름답게 바꾸고 변화시키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