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 고규홍 저 『슈베르트와 나무』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도 꽃을 모양과 빛깔로 보지 않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알기 위해 나무 곁에 다가서서 먼저 흐르는 바람결을 온몸으로 맞이했고,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새 소리, 벌레 소리에 귀 기울였다. 곁에 다가서서 나무줄기의 표면을 어루만졌고, 때로는 차가운 나무줄기에 귀를 대고 한참 동안 숨을 죽였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그녀는 말했다. 대상을 감지하는 건 어떤 감각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다가서려는 관심과 성의가 전제된다면 시각이냐, 촉각이냐, 후각이냐, 청각이냐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고 몇 차례 거듭해 이야기했다.『슈베르트와 나무』 309~301쪽 │ 고규홍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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