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 독서신문
  • 승인 2007.10.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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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
온다 리쿠의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 온다리쿠의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 독서신문

‘처음부터 이 소설의 이미지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영화 <대탈주>입니다. 어렸을 때, 제게 있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재미있는 영화를 상징하고 있었던 것이 매년 연말에 텔레비전에서 전편과 후편으로 방영되었던 영화 <대탈주>였습니다.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탈주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들은 무엇을 향해 탈주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때 느꼈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이 소설에서 표현되었기를 바랍니다.’


《sf 매거진》1999년 3월호에 실린 온다 리쿠의 인터뷰


일본을 넘어 이미 국내에서도 완벽한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는 온다 리쿠. 그가 인터뷰에서 밝혔던 야심찬 계획은 이 소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준다. 20세기 서브컬처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잔혹한 노스탤지어에 대한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온다 리쿠에게 3년 이상을 펜을 잡게 하였다.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유 때문일까? 작품에서는 유난히도 영화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우선 표제부터 그런 느낌을 슬슬 풍기더니, 각 장의 제목을 모조리 영화 제목으로 구성해버렸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왕과 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등 각 장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 제목들과 함께 본문에서도 영화와 관련된 내용들을 차용하고 있다.
 
이야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도한 문명의 발달로 황폐해진 지구에 일본인만이 남고, 인류는 신(新)지구로 이전한다.
 
구(舊)지구에 남겨진 일본인들이 해야 할 일은 끝없이 쌓여있는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것. 모든 자유와 물질적 풍요가 사라진 폐쇄된 지구에서, 그나마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도쿄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여 졸업대표가 되는 길뿐이다.

매년 각지에서 수많은 수험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도쿄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이곳은 세상과 완벽하게 격리된 또 다른 폐쇄된 세계이다. 학생들은 수업이라는 명분하에 끊임없이 육체노동을 해야 하고, 실력테스트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렇듯 아무런 미래도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유일한 힘이 되는 것은 밤의 ‘언더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20세기 서브컬처의 향연이다. 그리고 학교를 향해,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반기를 든 일부 학생들은 ‘성불成佛’을 위한 대탈주에 모든 미래를 건다.
 
작품은 현실감을 논하기에는 그 설정조차도 철저하게 sf 적 요소를 띠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묘사하는 세계는 너무나도 현실 사회와 닮아있다.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가 명문 출신이면서도 엘리트 의식과 속물 근성에 일침을 가하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온다 리쿠의 팬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며, 방대한 텍스트 덕분에 보다 오랜 기간 그녀와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울 것이라 생각 된다.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온다 리쿠 지음 / 박정임 옮김 / 사람과책 펴냄 / 595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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