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백서 등의 진설법도 마찬가지다. 지방과 집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는 참고하는 예문이 다른 이유도 있고, 어느 것이 조상을 더 위하는 것인가를 주관적으로 해석한 이유도 있다.
그렇기에 제사는 가가례(家家禮)라고 한다. 남의 제사에 '대추 놔라, 밤 놔라' 하며 자신의 관점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의 근거는 제사의 가장 소중한 정신을 '정성'으로 본 데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율곡 이이는 "예를 알지 못해 제사 방법이 집집마다 다르다"고 풀이하며, "예법을 통일해야 질서가 잡히고, 오랑캐와 같은 나라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사 문화가 극에 달한 조선 후기에도 많은 제자를 거느린 유학자들도 집안마다 제사 방법에 차이가 있었다. 율곡의 주장도 여러 의견의 하나였다. 이를 모든 학자가 받아들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제사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시간이다. 닭이 첫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마친다. 제사는 진설에서 철상과 음복까지 여러 절차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해시(亥時)부터 준비해 자시(子時)에 제사를 지낸다. 해시는 요즘 시각으로 보면 밤 9시 31분에서 11시 31분이고, 자시는 밤 11시 31분에서 새벽 1시 30분이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조절되지만 닭이 첫 울음을 울기 전에 마쳐야 한다.
닭의 울음은 어둠이 물러나고 새벽이 왔음을 의미한다. 이는 죽음의 세계에서 삶의 세계로 전환된 상정성이 있다. 더 이상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임을 말해준다. 닭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닭은 울음으로써 귀신에게는 서둘러 저승으로 가고, 인간에게는 서둘러 일상에 임하라는 통고를 하는 셈이다.
같은 책에는 닭의 성질도 설명돼 있다. '털과 깃을 가진 나는 무리는 양(陽)에 속한다. 갑각과 비늘을 가진 엎드리고 움츠린 무리는 음(陰)에 속한다. 닭은 나는 양의 새(陽鳥)이다. 또 해가 뜰 때 옥계(玉鷄) 금계(金鷄) 석계(石鷄) 천하계(天下鷄) 순서로 운다. 이 울음 소리로 태양이 떠오름을 알게 돼 귀신(鬼類)들이 숨게 된다. 그래서 닭은 상서로운 새다.'
동양의 고전인 『역경(易經)』에서도 닭을 '여명을 알리는 상서로운 가금류'로 설명했다. 밝음을 알리는 닭이 나타나면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음의 기운인 귀신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닭을 '때를 아는 가축'이라고 한 것은 이 까닭이다.
옛 선조들은 악귀(惡鬼)를 쫓아내는 신통한 힘을 가진 수탉이 홰(喙)를 길게 세 번 치고, 첫 닭이 울면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한 온갖 잡귀와 맹수가 돌아가는 것으로 믿었다. 닭은 광명을 부르는 새로, 앞으로의 일까지도 알 수 있는 예지력(豫知力)의 존재로 여겼다.
상서로운 닭의 이미지는 윤동주의 시, '별똥 떨어진데'에서도 읽을 수 있다. '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켠으로 훠언히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온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