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 연극 '가족오락관'
광기에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 연극 '가족오락관'
  • 김누리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5.03.1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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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누리 객원문화기자] 사람은 언제나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방법으로 행복을 얻진 않는다. 그들의 사회적 위치는 물론 개인 사정이 어떠하냐에 따라 방법은 수없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흔히 대부분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이란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근면성실함이 전부다. 그러나 가끔 그 평범한 방법조차 불가능하여 오히려 강하게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당장 벼랑 끝의 현실에 놓인 이들에겐 일련의 희망과 노력이란 그저 사치에 가까울 뿐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 극단적 선택조차 마다하지 않고 행복을 쟁취하려는 한 가족이 있다.

▲ 연극 '가족오락관' 배우들

어느 날, 한 가족의 가장이 죽음을 맞이한다. 환경미화원인 그 남자는 우연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남은 가족의 평범한 일상은 손 쓸 새도 없이 완벽히 무너지고 만다. 이와 같은 비극은 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쉬이 멈추지 않는다. 가족은 언제나처럼 끊임없는 노동 속에서 삶의 고단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달려가 밤늦게까지 매달리고, 아들과 딸은 학업을 멈춘 채 매일 공장에 출근한다. 이 세 사람은 제 몸 하나 간수하기에도 힘든 일상에서 조부모까지 모시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애써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결국 극한에 다다른 분노를 터뜨리며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살인 의지를 드러내고, 지친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윽고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가해자에서 공장 상사, 같은 가족 일원에게까지 옮겨간다.

연극 <가족오락관>은 광기에 일그러진 현대 가족의 또 다른 초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쾌한 제목과는 상반되는 더없이 우울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한 편의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지극히 현실적인 듯 비현실적인 상황 전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가련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선보이고자 한다. 어김없이 이 연극 속에서도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직접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극 중 가족이 선택한 방법이란 다름 아닌 ‘살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는 현실, 가족은 스스로 이성적 판단과 사회적 윤리를 포기한다. 그러나 연극은 특별히 사회적인 잣대로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을 평가하진 않는다. 그저 점차 목적도 잊은 채 살인으로 분노를 해결하며 삶의 재미와 여유를 되찾는 이들의 일상을 묵묵히 관찰할 뿐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처절하게 만들었는가. 연극은 관객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고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연극 '가족오락관' 배우들

이 연극에서 관객은 끝까지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 우리네 현실을 특정한 기준으로 완벽히 나눌 수 없듯이 연극은 옳고 그름의 선택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관객이 극을 보는 과정에서 점차 고민의 차원을 높여 보다 궁극적으로 각성하길 바란다. 연극 속 가족이 진정으로 행복한가. 진정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이며.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가. 이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보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고 그만큼 더 나은 답을 찾길 꿈꾼다.

결국 <가족오락관>은 관객 스스로 시야를 넓히고, 보다 새로운 눈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한없이 그로테스크하지만 그 무엇보다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놓치려 하지 않는 모습이 깊은 여운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부디 이 연극이 언제나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생각과 따스한 위로를 동시에 전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극단 혜화의 연극 <가족오락관>은 오는 15일까지 대학로 최일화 스튜디오에서 공연한다.

▲ 연극 '가족오락관' 포스터

<자료=씨즈온, 사진=작가밤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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