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왕의 후예가 펼치는 인생역정
h베스트셀러 『태극검제』의 신세대 스타작가 박찬규의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성장물을 근간으로 한 드라마틱한 레퍼토리와 이를 통해 가슴 벅찬 고감도 파노라마를 연출해내는데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작품 『혈왕』 역시 그런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시종 희로애락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는 극적인 효과와 더불어 탄탄한 플롯,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혈왕』은 해남도 섬 소년들의 순박한 우정과 사랑이 중원본토에서 조작, 강요하고 세뇌시키는 원한과 복수의 구도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고 승화되어 가는지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해남도 모든 소년들의 꿈은 '검후'의 호위무사인 '후성사신위'가 되는 것. 하지만 그것은 결국 소년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고 그들의 순박한 우정과 사랑에 서슬 퍼런 배신과 원한의 칼을 들이댄다. 검각(劍閣)과 검악(劍岳), 두 숙명의 적수가 천년전쟁의 패자로 우뚝 서기 위해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은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주인공의 관점과 행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개방식은 놀라운 흡입력을 자아내며 독자들을 작품속에 빠지게 한 『혈왕』.『태극검제』를 통해 스토리작가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박찬규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이다.
박찬규 지음 / 북박스 펴냄 / 1,2권 각 8,000원
독서신문 1396호 [200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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