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시장에서(이건선)
생선시장에서(이건선)
  • 이건선
  • 승인 2007.10.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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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상징적 현실미 추구
생선시장에서
 
                   이건선
 
바다가 하얗게 웃는다

근성대로 충돌하며

생선 목판 나란히

저울 눈금 무너뜨리는

비린 파도소리 숨바꼭질

오만한 여인의 눈짓

침묵으로 접던 아가미

마침내 시뻘겋게 벌름대고

그렇다 싱싱한 시장기로

눈깔속 펄펄 뛰는 바다 보셔요

먹을만한 놈 그득한 저 푸른 바다

부르르 떨 때 곤두서는 비바람은

 
 
이해와 감상
 
오늘의 시가 이야기화되고 있는 잘못된 한국시단의 풍조를 극복해낸 빼어난 이미지의 [생선시장에서]는 근래 보기드문 가편(佳篇)이 아닐 수 없다. 이건선 시인은 참으로 세련된 시어 구사로서 아귀다툼하는 생선시장 삶의 현장과 바다의 풍요를 콘트라스시키는 릴리프(구원)의 전형적 시작법의 표본을 제시했다. 현대시는 오로지 이미지와 메타포만을 요청한다는 패러다임(규범)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바다가 하얗게 웃는다/근성대로 충돌하며/생선 목판 나란히/저울 눈금 무너뜨리는/비린 파도소리의 숨바꼭질/오만한 여인의 눈짓”(전반부)만으로도 이 시는 지난 날 신경림이 농민들의 아픔을 리얼하게 고발했던 [농무](農舞)의 표현 수법을 한 차원 능가시킨 21세기의 새로운 어항의 삶의 현실 메타포이다. “침묵으로 접던 아가미/마침내 시뻘겋게 벌름대고/그렇다 싱싱한 시장기로/눈깔속 펄펄 뛰는 바다 보셔요/먹을만한 놈 그득한 푸른 바다/부르르 떨 때 곤두서는 비바람은”(후반부)로서 생선시장이라는 고난(苦難)의 오브제를 풍요한 바다로서 대비 위안시킨데서 이 시는 새로운 희망의 명시로서 발돋움한다. 이건선 시인은 한국현대시 100년의 값진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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