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박현경 객원문화기자] “자식은 다시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라고 손순이 말했다. 이처럼 우리의 옛 선조들이 가장 중요시 했던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효’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돈과 물질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효’라는 덕목의 의미와 본질이 퇴색되고, 또한 ‘효’보다는 ‘나의 자식’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노모를 위해 자식을 버리는 손순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손순의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각색하여 만든 연극 <손순>은 우리에게 ‘효’라는 의미를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연극 <손순>은 현실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다양한 소품 없이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받고 있다.
연극 <손순>은 과일 장수 손순이 부인 지희와 아들 유하, 그리고 늙은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매일같이 지희를 괴롭히고, 아들 유하는 문둥병에 헛것까지 보며 병원비만 수백에 이르는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매일매일 벼랑에 매달려 살아가는 손순의 가족은 점점 지쳐가고, 어느 날 손순은 아들을 외딴 곳에 묻기로 결심을 하는 한다. 고전설화의 손순의 이야기처럼 아이를 묻지 않고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연극 <손순>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더 진하게 우리의 가슴 속에 남겨진다.
복수와 복수를 거듭하는 막장 이야기, 알콩달콩 사랑이야기, 배꼽 잡는 개그, 현란한 뮤지컬들 사이에서 가난하고 구질구질하고 끔찍할 정도로 초라한 손순의 이야기는 관객들이 선택할 때 제일 맨 뒷 순위에 놓여 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초라하고 가난한 손순의 이야기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연극 <손순>은 우리에게 ‘효’라는 덕목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의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도 대변해주고 있는, 현실은 미약하게나마 조명할 수 있는 연극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고, 누구나 얻어가는 것이 있는 연극 <손순>은 7월 1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푸른달 극장에서 평일 밤 8시(월요일 공연 없음), 주말 낮 3시, 7시에 진행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