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10)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나니
[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10)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나니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7.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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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혜 칼럼니스트
하늘 높이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는 모죽(毛竹).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자생하는 큰 대나무다. 이 대나무는 4년을 정성스럽게 키워도, 자라는 건 겨우 3cm 남짓이다. 하지만 5년 무렵부터 대나무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하루에 30cm가 넘게 자란다. 그렇게 6주가 지나면 모죽의 싹은 15m 이상의 거대한 대나무가 된다.

4년 동안 변화가 없는 모죽은 5년 후부터 폭풍 성장을 하게 된다. 일반 대나무와 다르게 땅 속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한 덕분이다. 땅 속 깊이 수백 평방미터에 이르는 뿌리를 소리 없이 넓고 깊게 펼쳐나간다. 5년을 숨죽인 듯 세상에 뻗어나갈 날을 위해 철저히 준비한 모죽. 결국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을 만든다.

친구들과 뛰어놀다 곧잘 쓰러지곤 했던 작고 허약한 소년. 아버지 말이라면 말대꾸 한 번 한적 없는 착한 아들인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고집을 부린다. "아빠, 나 축구할래요." 부모의 반대에도 초등학교 4학년에 축구를 시작했다. 수원공고에 입학했지만 160cm의 작은 키 때문에 감독으로부터 "축구를 하지 말라"는 조언을 받는다. 감독은 그에게 "집에서 1년 동안 휴식하며 체격을 키우라"고 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1년간 기본기만 연습했다. 엄청난 노력 끝에 그의 실력은 커졌고, 때마침 키도 10cm 성장했다. 수원공고 졸업 후 K리그 수원 삼성 입단 테스트를 받는다. 하지만 또 다시 작은 체구로 인해 탈락하고 만다.

이 작은 축구선수는 2005년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영국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이하 맨유) 레전드(Legend)' 박지성 선수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빈다고 해서 '산소 탱크(Oxygen tank)'와 '세 개의 심장(Three lung park)'이라는 별명까지 붙게 되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뛴 7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리그컵 3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함께 했다.

시골 한 조그만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다. 교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야구선수들의 훈련 모습은 그를 설레게 했다. 소년은 야구가 멋있고, 너무 좋아 감독을 찾아갔다. 그것이 그의 다이아몬드 인생 시작이었다. 장종훈 선수(현 한화 코치)는 1986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다. 새롭게 창단된 팀이기에 빙그레는 한명의 선수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정식 지명을 받지 못했다. 면접을 통해 월급 40만원을 받는 연습생(현 신고선수)이 되었다. 기약도 없이 연습만 하다가 선수생활이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노력으로 운명을 뒤집어버렸다.

미래가 불투명한 연습생 장종훈은 매일 밤 자정 옥상에 올라가 새벽 3시까지 스윙을 했다. 그리고 노력하는 자신을 믿었다. 기회가 왔다.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선발 출장하게 되었다. 감독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한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첫 타석에서 시원한 2루타를 쳤다. 그 후 장종훈 선수의 기량은 일취월장하였고, 드디어 '붙박이 주전'으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지만, 빙그레 이글스의 '영원한 4번 타자'로 자리잡았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지 않던 그들이었다. 그들의 피나는 노력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모죽의 뿌리와도 같다. 주위의 온갖 편견과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섰다. 사람들은 그들을 천재성이 아닌 땀과 눈물로 정상에 오른 위대한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성장한 대나무처럼 말이다.

죽어라 노력해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사람.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끝까지 매달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을 보면 답답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주 천천히, 아주 깊이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마음 먹고 시작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빠른 성과가 없다고 초조해 하는가?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말라.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더 크고 높게 성장하기 위해 든든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훗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죽'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높은 대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 글쓴이 김은혜는?
고려대학교 강사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스포츠를 접목했다. 수영, 스키, 스킨스쿠버, 볼링,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여성 스포츠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스포츠 매너와 미래체육이다. 또 교육과정 방향 탐색에도 관심이 많다. 대전대, 서울여대, 충남대, 한밭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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