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7) 오! 심판이여! 오심을 막아주오
[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7) 오! 심판이여! 오심을 막아주오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5.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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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혜 칼럼니스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중국 사자성어에 '루샹세이수(入鄕隨俗)'가 있다. '지역에 가면 지역의 습관을 따르라'는 말이다. 옛날에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는 마을이 있었다. 이 지역을 '라향(裸鄕)' 또는 '라국(裸國)'이라고 불렀다. 형제는 장사를 위해 마을로 들어갔다. 동생은 "형,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우리도 옷을 벗어야 할 거 같아"라고 말했다. 형은 "아무리 장사를 위해서라도 옷을 벗는 건 절대로 안돼"라며 동생의 제안을 거절했다. 결과는 그 고을의 풍습에 따라 옷을 벗은 동생이 승리했다.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심판은 규칙을 위반하는 선수나 지도자의 행위를 제어한다. 또한 경기를 매끄럽게 진행하도록 돕는다. 심판은 규칙의 의거해 공정한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간혹 순간적으로 상황을 놓치거나, 애매한 판정을 하기도 한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은 승패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2014년 4월 25일 프로야구 LG-KIA전에서 승패에 영향을 준 결정적인 오심이 나왔다. KIA 브렛 필은 2-3으로 뒤진 9회 2사 1,2루에서 내야땅볼을 쳤다. LG 봉중근은 몸을 날려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했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지만, 실제는 1루수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 KIA는 2사 만루에서 역전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4월 28일 SK-KIA전에서 계속되는 오심이 발생했다. 명확한 터치아웃이 세이프가 선언되었다. 2회 SK가 4-0으로 앞선 무사 1,3루 상황. SK 조동화가 2루로 도루를 시도했다. KIA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져 수비수가 조동화의 허벅지를 터치했다.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터치아웃이었다. 3회 초에 2루심은 대기심과 교체되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에서 심판의 교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심판의 결정은 팀 분위기 뿐 아니라 득점과 실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심은 경기를 그르치게 하는 최악의 요소다. 오심은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오심을 한 심판을 마치 범죄자 취급까지 하는 경향도 있어 우려를 낳게 한다.

KIA-SK의 격돌이 열기를 더해가던 4월 30일. 7회초를 앞두고 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 심판을 폭행했다. 술에 취한 관중은 판정에 불만이 있었다. 그는 그물망을 넘어 1루 심판을 헤드록으로 덮쳤다. 6회초 KIA의 수비진이 병살을 시도했는데,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미묘한 차이지만 발보다 공이 빨랐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아웃이었다. 이틀전 경기 역시 오심이 있었다. 연이은 애매한 판정이 팬들을 뿔나게 했다.

최근 오심문제가 이슈가 된 이유는 방송장비 발달 때문이다. 급격한 기계 발달이 인간과의 대립을 만들었다. 인간의 눈에 확인되지 않는 장면까지 정확하게 포착하면서 심판의 권위가 기계만도 못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심판은 첨단 장비에 주눅 들어 있다.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부담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세상 어떤 심판도 경기 중에 내리는 수많은 판단이 완벽할 수는 없다. 야구는 불완전한 인간이 하는 불완전한 경기다. 실수를 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실수를 인정하고,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판은 관중을 위해 더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관중은 심판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지향하는 스포츠에서 오심은 적을수록 좋다. 이에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비디오 판독을 하나의 해법으로 주장하고 있다. 심판불신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린 정확한 판정 99번은 묻혀버리고, 오심만이 부각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심판의 판정이 '안주거리'가 되어버린 요즈음.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내 판정이 옳다'는 확신과 오심을 줄이고자 하는 가시적인 노력일 것이다. 또 팬은 더 성숙한 자세로, 채찍과 비난이 아닌 배려와 믿음으로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프로야구에 심판이 없다면, 브레이크 없는 차와 같다.

■ 글쓴이 김은혜는?
고려대학교 강사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스포츠를 접목했다. 수영, 스키, 스킨스쿠버, 볼링,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여성 스포츠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스포츠 매너와 미래체육이다. 또 교육과정 방향 탐색에도 관심이 많다. 대전대, 서울여대, 충남대, 한밭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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