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5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 독서신문
  • 승인 2014.05.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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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2014년도 '5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공명의 시간을 담다
구본창 글, 사진/안그라픽스 컬처그라퍼
2014.4.1. 발행/312쪽/14,000원

 

중견 사진작가 구본창의 에세이다.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가 작가를 가리킨다면, ‘공명의 시간을 담는’ 행위는 그의 작업을 뜻한다. 사진 에세이는 통상 사진의 의미에 대한 해독과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 등으로 이루어지지만, 구본창이 주로 기록한 것은 자신의 이력이다. 곧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았으니 ‘구본창이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그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구본창은 사진가의 작업을 “사라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잡아내어 기록하며 그 매순간의 공명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기록한 시간은 처음 사진에 발을 들여놓은 독일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물’과 함께 ‘셀프 포트레이트’(자화상)를 과제로 수행하면서 구본창은 자기 자신을 작업이 소재이자 주제로 삼게 된다. 1980년대에 귀국하여 찍은 ‘열두 번의 한숨’ 같은 연작은 그의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신을 피사체로 찍은 열두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일상의 많은 규율과 제약 속에서 질식할 것 같았다는 작가의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 90년대에 발표한 ‘태초에’ 연작 역시 신체와 몸짓을 통해 “우리가 삶에서 겪는 욕구와 좌절의 경험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구본창의 작품세계는 이러한 신체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확장돼 왔다. 특히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탈’과 ‘도자기’ 시리즈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예술가의 내밀한 자기 성찰로도 읽히는 이 에세이는 “창작자에게 고독이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자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사물의 영혼에 다가가려고 한 ‘창조적 고독’의 여정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추천자 : 이현우(인터넷 서평꾼)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배수아/봄날의책
2014.3.27. 발행/463쪽/14,800원

 

이야기는 하나의 궤짝에서 시작된다. 1935년 포르투갈의 작가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미국의 평론가 헤럴드 블룸이 파블로 네루다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이다 마흔 다섯해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그가 죽은 뒤 친구들은 작가가 살던 리스본의 방에서 커다란 궤짝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페수아가 일평생 써온 원고 2만 7천여 매가 들어 있었으며, 그 중 '불안의 서'라 적힌 봉투 5개에 약 350편의 초고와 단상들이 남겨져 있었다. 거기에 페소아 연구자들이 '불안의 서'에 해당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골라낸 나머지 텍스트 150편을 더해 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최소한 1914년 이전부터 <불안의 서>를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추측되지만 모든 것은 그저 남겨진 이들의 추측일 따름이다. 연구자들의 기나긴 작업을 거쳐 <불안의 서>라는 이름이 붙은 책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페소아 사후 50년이 흐른 1982년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완결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완결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독특한 의미를 가지는 저서가 되었다.

이 책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으나 일기 혹은 자서전으로 읽히기도 하고 픽션으로 읽는다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백 개의 조각들로 파편화된 서사들은 역자가 '페소아의 준헤테로님(Heteronym,이명)'이라고 표현한 리스본의 작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보조회계원 베르나르두 소아레스에 의해 서술된다. 베르나두 소아레스는 페소아의 ‘화자’인 동시에 분신에 가까운 존재라 할 만하다. 한 편당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어야 20매 미만의 단상들은 원칙적으로는 독립된 내용이다. 각 편에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이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들어있다. 그것은 실재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상징적 도시인 리스본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거나 떨어지는 빗줄기, 익명의 사람들, 그 누구도 쓰지 않았을 편지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작가가 들여다보는 것은 그 일상의 외면 아래 도사린 끝 모를 ‘나’의 심연이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 이탈리아어판과 영어판을 참고해 발췌 번역된 <불안의 책>(까치)이 출간된 적 있으나, 이번에는 소설가 배수아가 독일어판과 영어판을 참고해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 추천자 : 정이현(소설가)

조선과학실록
이성규/여운 (책, 세상을 굴리다)
2014.3.12. 발행/265쪽/16,000원

 

1493년(성종 24) 늦봄에 경상도 웅천의 주민들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닷가에서 채취한 굴이나 생미역을 먹은 직후에 나타난 증상이었다. 보고를 받은 성종은 복어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는 복어가 굴이나 생미역에 낳은 알을 먹고 복어 독에 중독되어 급사한 사건이었다.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이란 화학물질이 있어 인체에 들어가면 신경전달물질의 이동을 막아 온몸이 마비되어 죽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물고기 중에 복어의 독이 가장 독하며 그 알은 더욱 독하여 중독된 자는 반드시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복어 독은 진통 완화 및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고, 많이 써도 내성이 생기지 않아 진통제로서 장점이 많다.

조선의 인물 중에 복어 요리를 좋아한 사람이 있다. 숙종 대에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은 복어를 먹다가 죽을 뻔했다는 기사가 실록에 있다. 당대의 학자였던 송시열은 부여에서 복어 요리를 대접받고 자신이 본디 좋아하던 고기지만 산중에 있느라 먹어본지 오래 되었다고 말한 기록이 있다. 두 사람은 학문적으로는 대립했지만 음식 취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과학 기사를 현대의 과학기술적 입장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필자는 조선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오로라, 세종이 과학자 장영실을 버린 이유,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메뚜기 떼, 연산군 때의 배다리 설치와 청계산 사냥, 유구에서 수입한 물소의 최후, 세종이 좋아한 해동청, 일본에서 들여온 수차 제도, 거리를 재던 수레인 기리고차 등 22가지의 과학 이야기를 실록에서 끄집어내었다. 실록에는 조선의 정치, 사회, 경제는 물론이고 교통, 의약,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역사가 들어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읽어 보면 실록은 과학자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기록임에 틀림없다. - 추천자 : 김문식(단국대 사학과 교수)

행복의 역습
로널드 W. 드워킨/박한선 외/아로파
2014.4.2.발행/436쪽/15,000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는 ‘소마’라는 약이 있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슬픔, 두려움, 고통, 우울 등 모든 불행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그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기분은 가짜 행복에 불과하며 진정한 행복이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취과 의사이자 정치학박사인 이 책의 저자, 로널드 드워킨은 그런 인공행복은 이미 미국사회에 실현되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3종 세트로. 기술공학으로 전락한 의학은 과학을 맹신하는 대중들을 기만하여 슬픔과 고통을 질병으로 정의하는데 성공했고, 급기야 정신작용약물 처방과 대체의학, 그리고 강박적 운동요법이라는 세 분야를 통해 인공행복 제조에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의 문제를 힘들여 풀면서 고통의 대가로 진정한 행복을 쟁취하는 대신, 일차진료의들이 남발하는 정신작용약물과 대체의학의 위약, 그리고 과도한 운동중독으로 위조되는 감정으로 만족하게 된다. 보험회사와 제약회사와 같은 관련 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서, 의학은 긍정신학과 같은 기복신앙을 부추겨 종교계를 무력화하고 몸과 마음 뿐 아니라 영성의 영역까지 넘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술을 버리고 과학기술자가 된 의사들이 제조한 인공행복의 알약이 초래하는 문제는, 우리의 실제 삶과 무관할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왜곡시킨다는 데 있다. 고통에 맞서서 싸우기도 하고 시련을 당하기도 하면서 행복의 서사를 쓰려는 용기가 없는 비겁한 사람들은, 이렇게 인공행복이라는 짝퉁에 구입하면서 자신의 양심과 영혼을 헐값에 팔아버린다. 행복 자체를 추구하기 보다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한 욕망에 휩싸여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 나이에서 멈춰버리는 수많은 ‘어른이 되지 못한 성인들’이 있지는 않은지, 이제는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 추천자 : 이진남(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

키워드로 읽는 어린이문화콘텐츠
최수웅/청동거울
2014.3.15.발행/272쪽/16,000원

 

최근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콘텐츠 역시 새로운 성장의 상승곡선을 그리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음을 본다. 그 모습과 향후 성장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어린이문화콘텐츠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어린이문화콘텐츠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론적 체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에 이루어진 문화예술 체험이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어린이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연구야말로 현장에 대한 관심이며 미래의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위한 투자라 할 것이다.

저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주요 콘텐츠 작품을 애니메이션, 캐릭터산업, 에듀테인먼트, 보드게임, 팝업북, 동요, 신화, 역사만화, 로봇, 작가의 키워드로 분류하고 각 분야별로 대표적인 사례를 알기 쉽게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콘텐츠의 성공요인을 짚어봄과 동시에 한계점을 따져봄으로써 앞으로 문화콘텐츠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는 숲이다. 여러 분야들이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균형을 만들어낸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분야도, 보호가 필요한 분야도, 교육을 강조하는 분야도, 재미를 추구하는 분야도, 모두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공존한다. 어린이 문화콘텐츠 또한 다르지 않다. 문화콘텐츠라는 거대한 숲을 구성하는 작은 수풀이며, 그 속에서 수많은 분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생태계”라고 말했다.

이 책은 문화콘텐츠 개발자는 물론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본다. - 추천자 : 왕상한(서강대 법학부 교수)

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
백영훈/마음과생각
2014.3.10.발행/275쪽/15,000원

 

“나라를 위한 생애의 회고”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대한민국 해방 이후 첫 국비 유학생으로 독일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경제개발연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우리 현대 경제사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제 36년 식민지시대를 지나 5년간의 군정 그리고 3년 6개월간의 한국전쟁 등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 세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가는 역정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낸다. 대한민국‘경제학 박사 1호’로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을 보좌한 것을 필두로, 서독경제협력단의 일원으로 서독 정부와 경제계를 설득하여 상업차관을 유치하고, 경부고속도로와 울산·구미·창원 공업단지를 건설하는 등 우리 경제의 발전 과정 이야기를 두루 담았다. 또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및 외교관 일꾼 등 개발연대를 이끈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저자는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문화의 독창성’,‘충효사상’,‘높은 교육열’,‘기업가 정신’,‘충성심과 엘리트 정신’등 다섯 가지 원동력이 바로 ‘한국의 혼’임을 지적한다.

이 책이 노 경제학자의 노파심에서 던지는 이야기로 여겨지기보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는 아시아 ․ 태평양시대를 준비할 젊은 세대들에게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경제의 발전사를 들려주어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 추천자 : 전형구(독서경영 칼럼니스트)

다윈의 안경으로 본 인간 동물 관찰기
마크 넬리슨/최진영/푸른지식
2014.3.21.발행/272쪽/14,800원

 

다윈의 이론을 인간의 행동에 적용한 책은 많다. 아니 요즘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책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넬리슨은 다른 책들이 두 가지 단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너무 어렵고, 범접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아내와 카페에 있다가 어떤 남자가 예쁜 종업원에게 팁을 더 주는 것을 보고 소재로 삼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화제로 삼은 내용을 떠들어대기도 한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 기차 안에서 마주 앉은 사람과도 대화를 나눈다. 따라서 다루는 주제도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 인간은 무슨 마음으로 회의시간에 팔짱을 낄까? 왜 부자보다 유명인에게 관대할까? 여성은 왜 자기 위주에 바람기에 독재적인 성격이라는 3박자를 갖춘 못된 남성에게 더 끌릴까? 좋은 공연을 보면 왜 박수를 칠까? 여성의 얼굴을 비현실적으로 수정한 광고가 온 세상에 가득한데, 혹시 눈높이만 높여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이 책은 이렇게 살면서 가볍게 툭 농담처럼 던질 만한 의문들을 다루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그런 의문을 진화적으로 살펴보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말한다는 것이다. 농담을 섞어가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볍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남들은 품평하기 위해 길에서 예쁜 여자들을 쳐다보지만, 자신은 오로지 과학적인 목적으로 순수하게 관찰한다는 식의 너스레도 이따금 떤다. 또 자기 자신이나 남의 행동이 왠지 좀 마음에 안 들어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마음의 평화를 안겨준다고도 자화자찬한다. 자신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진화의 산물임을 깨달으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재미로 읽어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어보시기를. - 추천자 :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굿캐스팅
안지은/한권의책
2014.4.3.발행/368쪽/18,000원

 

유명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아닌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몹시 우울하고 힘든 순간에도 가족이나 동료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명랑한 척 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유능한 연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망하게 된다. 이왕이면 멋지게, 완벽하게 해야 좋은데 어색한 표정에 어색한 말투가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다. 그런데 연기자가 아니더라도 학창시절 연극을 했던 친구들은 짧은 시간 내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확 띄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그때마다 연기의 효용성을 생각하게 된다. 나도 저들의 반의반만 따라가도 세상살이가 훨씬 재미있을 텐데.

저자 안지은 씨는 특별한 인물이다. 본인이 유명 연기자는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들에게 연기 코칭을 해주는 '고수'다. 한 때 국립극단 최연소 단원으로 연극무대에 섰던 연기자였으나 오디션에서 실패를 거듭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연기선생님으로 전환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바로 이런 독특한 이력이 그를 최고의 연기 선생님으로 만들었다. 숱한 실패의 경험이 신인 배우들의 고민과 마음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됐다. 제자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배우로서 스스로의 연기를 고민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지도하는 것은 관점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이 책은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직업연기자 지망생은 물론 입사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표정관리를 잘 해야 할 나 같은 연기 지진아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 - 추천자 : 이하경(중앙일보 논설주간)

스키니진 길들이기
김정미 외/푸른책들
2014.4.30.발행/136쪽/11,000원

 

청소년기라고 하면 흔히 꿈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청소년들의 삶은 어떠한가? 입시 스트레스와 외모 콤플렉스, 갈수록 어려워지고 불편해지는 가족 관계와 교우 관계 등 청소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주변에 너무나 많다. 이 책은 요즘 청소년들이 자존감과 관계성을 회복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학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파쿠르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당당하게 세상에 마주서는 아이,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스키니진을 입기 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가 결국 그것을 찢어버리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아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에게 짐이 되어 괴로워하지만 거기에서 도피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나가는 아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뒤늦게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아이 등 각 작품 속 주인공들이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고 성장하는 과정이 속도감 있는 문체로 전개되고 있어 절로 몰입하며 읽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주인공들이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그 길 옆에 그들을 지켜보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어른들,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힘들고 괴로운 현실에서도 결국은 사람이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무엇보다 오랫동안 가슴에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 추천자 : 김대경(서울 성수고 교사)

봄이 준 선물
김하루 글, 권영묵 그림/미래M&B(미래아이)
2014.4.4.발행/40쪽/10,000원

 

숲길을 걷다보면 크고 작은 동물들의 흔적이며 기묘한 위치에 놓인 열매 나뭇잎 돌멩이가 말을 걸어온다. 일상 너머 자연의 시공간에서 일어날 법한 온갖 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어떨까? 그림책에는 동물들이 나 같은 산책자들이 떨어트린 물건들에 마음을 주며 매혹되고 즐긴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우크라이나 민담으로 만든 에우게니 M. 라초프의 걸작 그림책 <장갑>은‘겨울 숲속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이라는 매력적인 모티프로 거듭 재화되고 변개되어 <털장갑>(잰 브렛), <빨간 장갑>(짐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 톡 그림)을 낳았다.

이 책 또한 ‘겨울 숲속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이라는 모티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겨울을 주된 배경으로 삼은 이전의 걸작 그림책들과 달리 빨간 색 장갑 한 짝이 점을 찍은 연초록 봄 숲 정경이 주를 이룬다. 겁 많고 소심한 주인공 겨울잠쥐가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눈으로 발견한 빨간 장갑은 까딱하면 잡아먹힐 무서운 적으로 여겨지지만, 곧 개구리며 고슴도치며 다람쥐며 토끼 너구리 곰에 의해 몸에 쓰거나 끼는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간절히 갖고 싶은 것이 된다. 어미 곰에 의해 두 짝이 있어야 제 구실을 한다는 정확한 정보와 함께 비로소 제 몫이 된 장갑모자를 쓰고 행복해 하는 겨울잠쥐! (야행성인 이 동물이 대낮에 나와 있는 이유는 빨간 장갑에 매혹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뜻밖의 다정한 결말을 보여준다. 자연의 동물과 도시의 아이가 주고받은 ‘봄이 준 선물’들이 우리를 살짝 웃게 만드는 것이다.‘겨울잠쥐는 얼굴이 빨개진 채 혼자 살짝 웃었습니다.’라는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 그대로. - 추천자 :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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