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13세는 안느 왕비를 사랑했는가? - 『삼총사』(알렉상드르 뒤마 著)
루이13세는 안느 왕비를 사랑했는가? - 『삼총사』(알렉상드르 뒤마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3.08.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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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8>
▲ 알렉상드르 뒤마, 소설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 속 삽화, 3D 영화로 제작된 삼총사 포스터(왼쪽부터)     

 
 
[독서신문] 2012년 개봉한 폴 앤더슨 감독의 <삼총사>는 깜짝 놀랄만큼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였다. 뜬금없이 등장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라는 설정이 영화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리슐리외 추기경과 루이13세는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으며, 안느 왕비는 여전히 불쌍한 축출의 위기에 몰려 있다.
 
프랑스의 3대 문호로 꼽히는 알렉상드르 뒤마는 연극 작업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지만 역사소설이 그의 장기다. 『삼총사』 외에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여왕 마고』 등 수많은 다른 작품들에서 그는 역사에 맞물려 돌아가는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잘 묘사했다.

쥴 미슐레라는 역사가는 “다른 역사가들보다도 뒤마를 통해 프랑스인들은 역사를 배웠다”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주변 상황 설명이나 구구한 심리 묘사를 과감히 떼어버리고 오직 빠른 대사와 사건 전개는 흡입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그렇다면 그가 이 『삼총사』를 통해 진짜 말하고 싶었던 역사 주제의식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국내 최초의 완역본을 낸 바 있는 역자 이규현 박사는 “‘절대 왕정의 확립자인 루이14세의 아버지가 과연 누구이냐’가 바로 『삼총사』의 진정한 주제”라고 주장한다.
 
폴 앤더슨의 영화를 보면 루이13세는 안느 왕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이를 표현할 숫기가 없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애정 넘치는 캐릭터다.
하지만 소설은 전혀 다르다. 루이13세는 안느 왕비를 의심하고 구박하는 인물이다. 정략결혼으로 만난 사이, 둘 사이에 애정은 없다. 리슐리외 추기경은 그녀의 애정을 얻어보려다가 실패해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로 나온다. 영화에서 버킹엄은 모략과 술수에 가득차서 안느 왕비를 이용하기만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소설을 보면 버킹엄은 실제로 안느 왕비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하기까지도 한다.

그런 점에서, 뒤마는 ‘루이14세의 아버지는 루이13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추측이기 때문에 대놓고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곳곳에 그런 생각의 단초들이 보이는 것이다.

1998년 개봉했던 랜들 월리스 감독의 <아이언 마스크>가 어찌 보면 이런 설정을 더 따르고 있다. <브라줄론 자작>이라고 해서, <삼총사> 3부작의 마지막 편에 <철가면> 설정이 일부 나온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 루이14세의 아버지는 루이13세가 아니다. 심지어 버킹엄 공작도 아니다.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이 부분은 영화의 극적 효과를 위해 만들어낸 설정일텐데, 너무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 『삼총사』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꽉 짜인 구성을 더 높게 평가하기는 하지만, 『삼총사』는 달타냥과 아토스, 프로토스, 아라미스라는 총사들, 리슐리외 추기경, 버킹엄 공작 등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잘 부각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욱 대중적이라 할 만 하다. 그래서 영화나 만화, 연극, 뮤지컬로도 끝없이 재생산되고 재해석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 완역본이 나온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 전까지 국내에서 『삼총사』는 어린이들이 보는 모험소설로밖에 인식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칼싸움, 총사들의 의리(‘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멋지다) 등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삼총사』의 또 다른 매력에 듬뿍 빠져보는 것도 해볼만한 일이다. 이들이 마셔대는 와인의 양에 놀랄 것이고, 대책없는 말썽에 놀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낙천적이고 순수한 습성에 웃음이 터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라 로셸 전투 등 당시 프랑스에서 벌어지던 전쟁, 또한 정치적 암투의 세밀한 묘사가 극에 진정성을 더해줄 것이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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