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9000’의 반란과 ‘창조의 고리’ - 『Sentinel』과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HAL9000’의 반란과 ‘창조의 고리’ - 『Sentinel』과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 독서신문
  • 승인 2013.04.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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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2>
▲ SF소설계의 거장 ‘아서 C. 클라크’     © 독서신문

 
 
 
[독서신문] 1968년에 나온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위대한 걸작이다. 역대영화 투표에서 항상 10위권 내를 차지할 만큼, 그 빼어난 영상미와 철학적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SF소설계의 거장 아서 C. 클라크의 단편 『Sentinel』에 영감을 받아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했고, 클라크도 거의 동시에 같은 제목의 장편을 내놓았다. 즉, 영화와 소설은 『Sentinel』이라는 엄마를 함께 둔 형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화와 소설은 큰 간극이 없다. 이 정도의 성공담은 굉장히 드문 일인데, 감독과 작가가 공동 작업을 해서 가능했을 테다. 게다가 감독과 작가가 또 누군가! 큐브릭과 클라크라니! 실망스런 작품이 나올 수 없는 이름들이다. 이번만큼은 ‘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라는 이름이 부당하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봤다. ‘HAL9000’의 반란에 대한 해석의 문제.
 
 
주제를 향한 플롯들의 연계성

‘HAL9000’의 반란은 영화를 이루는 주된 플롯 중 하나다. HAL9000은 주인공들이 목성 탐사를 위해 떠난 우주선 디스커버리호를 통제하는 인공지능의 이름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우주비행사들이 모두 이 HAL9000에게 죽임을 당한다. 많은 영화팬들이 이 부분을 단지 ‘문명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낳은 불행’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영화 전체가 꽉 짜여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조금 의아하다. “왜 인류의 태초-현재-미래를 다룬 이 서사시에 로봇의 반란 따위가 들어간 거야?”하고 말이다. 이러다가는 연계성을 놓치기 딱 좋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소설은 ‘인류의 진화’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존재’가 인류의 진화를 위해 모노리스라 불리는 검은 돌을 지구에 내려놓는다. 덕분에 인류는 위대한 진화의 초입에 들어서고, 마침내 뼈다귀로 상징되던 도구는 우주선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런데 2001년, 모노리스가 달 뒤편에서 발견되고, 인류는 그 기원을 찾아 목성으로 출발한다.

이 간략한 줄거리에 HAL9000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인류는 ‘어떤 존재’의 창조물이다. 그런데 또 HAL9000은 인류의 창조물이다. 즉, HAL9000은 ‘창조의 고리’를 상징한다.
 
 
인간을 창조한 것은 무사한가?

인간이 창조한 것이 인간을 파괴했다. 그렇다면 인간을 창조한 것은 무사한가? 이 질문만으로 영화-소설의 심오한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소설의 키를 HAL9000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의 답은 다양하다. 환경주의로 접근할 수도 있고, 존재론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필자는 이렇게 답을 내려 본다. HAL9000은 결국 파괴당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우주적 차원의 문을 지나 새로운 인류로 재탄생한다. 이는 인류라는 존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의미한다. 단지 누군가의 피조물이 아닌, 자유와 능동적 선택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는 존재, 물리적 영역을 떠나 정신적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인 것이다. 최소한 그러한 믿음이 질문의 답 중 하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소설을 보지 못했다면 이런 생각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만 본 (일부) 분들의 오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영화는 상징과 비유로 가득해서 학위논문 연구하는 심정으로 바라봐야 내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 그나마 소설도 함께 봐야 그 어려움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역시, 소설과 영화는 (아무리 교집합이 크더라도) 각각의 영역임은 분명하다.

■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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