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 불만의 시대에 살며
욕구 불만의 시대에 살며
  • 김혜식
  • 승인 2007.08.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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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엮음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를 읽고
▲ 김혜식(수필가)     © 독서신문
 현대는 욕구 불만의 등에 기대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모델을 사라고 끝없이 부추기는 상품의 광고는 소비자들의 욕구불만을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 편리한 제품, 더 멋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키 위한 제품 개발에 업체도 늘 눈을 번뜩인다.
 인간의 욕망은 바다와 같다.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다. 그 한 예로 이사하는 아파트 마다 쓰레기장엔 버려진 헌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개중엔 조금만 손질하면 수년은 거뜬히 쓰고도 남을 물건들도 버려졌다. 그런 물건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인간의 욕심이 참으로 허황스러움에 놀란다. 버려진 물건들도 애초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구입된 게 아닌가. 아직 손때도 채 묻지 않은 가구들이며 가전제품, 그릇들이 헌신짝처럼 버려진 데는 인간의 욕심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것들을 버리고 또 새것에 혹하여 바리바리 구입한 물건들로 집안을 채우는 현대인들, 어찌 보면 그들이 불쌍하다. 너무 물질에 연연한 나머지 인생의 진정한 가치마저 자칫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하여 나는 새 아파트로 입주하며 쓰던 물건을 티끌 하나 버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새물건도 구입치 않았다. 이는 직접 내가 가난의 설움을 체험해 검약과 내핍의 중요성을 깨달아서이다.
 어린 날 중량교 판자촌에 살 때 우리 가족은 이불조차 변변히 없었다. 살을 에는 추운 겨울날,  다섯 평도 안 되는 좁은 방에서 아홉 식구가 서로 부둥켜안고 잔 기억이 많다. 그땐 그 흔한 이불한 채 없었으니 그 가난의 한을 어찌 다 말하랴. 심지어는 한 벌 뿐인 아버지 외투를 형제들이 서로 덮으려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땐 희망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 가난 속에 고생하는 어머니를 호강 시켜 드리고 싶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좋은 집에 자동차에 편리한 생활용품으로 배불리 밥을 먹으며 살고 있건만 왠지 가슴은 늘 헛헛하다. 풍요 속에 빈곤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나 할까.
 ‘도대체 이런 마음은 어디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에 방황할 때 내 손에 들려진 책 한권은 다름 아닌 시인인 류시화 씨가 엮은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에세이 집이었다. 그 책 내용 중엔 이 삼 십 년 전, 우린 연탄 몇 장 만 들여놓아도, 쌀 몇 되만 가지고도 행복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고 살면서도 그러한 행복을 누릴 수 가 없는 것은 필요한 것과 불필요 한 것을 가릴 줄 모르기 때문이란다.
 수십 년 전, 가난에 허덕이던 우리 가족에겐 평수 넓은 아파트도, 배기량이 큰 자동차도 필요치 않았다. 오로지 따뜻한 쌀밥 한 그릇 배불리 먹는 일과 아홉 식구 등을 따스하게 해 줄 연탄 몇 장만이 가장 절실 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때 행복했었던 것은 가슴을 충만케 하는 절박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은 밖으로 충만해지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는  나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법정 스님도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 가가 아니라 불필요 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 질 수 있는가라고 했다.
 또한 삶의 질은 따뜻한 가슴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더 친절하고 사랑한다면 우주는 그만큼 선한 기운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내용을 재음미 하게 되는 요즘 세태 아닌가. 물질 때문에 남을 해하고 부모 형제를 해하는 세상이기에 더욱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따뜻한 가슴에서 청빈이 자라고 덕이 자란다’라는 저자의 말에 갑자기 자신이 부끄럽다.
내 가슴 또한 온갖 욕망으로 점철 돼 항상 욕구불만을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던가. 하여 많은 것을 손아귀에 움켜쥔 채 아직도 나는 그것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산에는 꽃이 피네』, 이 책의 책장을 덮을 즈음이면 욕심을 잔뜩 움켜쥐었던 나의 두 손도 절로 활짝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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