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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송은 여러 층위에 대한 함의를 가진 『레 미제라블』에 대해 “하나의 세계이자 하나의 혼돈”이라고 평했다. 거센 현실의 파도 속에 개인의 삶은 사라졌지만 휴머니즘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레 미제라블』은 관용과 포용 사랑으로 상생을 말하고 있다.
교수들이 올 한해 한국 사회 모습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 ‘거세개탁(擧世皆濁)’은 교수 40명에게서 28개를 추천받은 뒤 교수신문 필진과 명예교수 30명이 5개를 추려내 묻는 방식으로 정해졌으며 전국 교수 626명 중 176명(28.1%)이 ‘거세개탁’을 선택했다.
‘거세개탁’은 굴원(초나라 충신)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파리한 안색으로 강과 호수를 떠돌며 강가에서 시를 읊고 있는데, 어부가 그를 알아보고 “그대는 삼려대부이면서 어찌 이곳에 왔소?”라고 묻자 굴원이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시이견방)”고 답했다. 어부가 빙그레 웃으면서 노 저어 노래했다. “창랑의 물이 맑구나 내 갓끈을 씻겠네. 창랑의 물이 흐리구나 내 발을 씻겠네.” 라고 한 어부사(漁父辭)에서 유래했다.
올해 사자성어로 선정 된 ‘거세개탁’은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한다. 소설 『레 미제라블』 제목의 뜻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민중이 아닌 위정자와 지식인이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거세개탁’이 아닐 수 없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여 진행된 대선 결과 한국 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균형자와 깨어 있는 지식인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말았으며 지식인들의 커진 정치 지향성에 의해 특정 대선후보 진영과 직·간접으로 관련되지 않은 이들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아닐 수 없다.
시인 김지하는 오적을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다섯 종류의 도적이라고 풍자했다. 김지하는 이 시를 통해서 위에 거론한 다섯 종류의 도적이 저지르는 부정과 부패 탐욕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특히 다섯 도적을 표현하는 데 한자를 사용하여 한자 마다 개견(犬)자가 들어가는 풍자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거세개탁(擧世皆濁)은 『레 미제라블』에서 나타난 불쌍한 사람들이 민중이 아니라 오적을 포함해 지식인까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와 검찰 공무원의 부패 등이 연일 지면을 장식했던 2012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우울했던 한해와 대선 결과를 지켜본 지식인들의 우울한 마음이 담긴 ‘거세개탁’이 새해에는 맑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감동이 있는 즐거운 세상이 활짝 펴지는 그런 새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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