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을 보면 행복이 보인다 <22>
모래바람을 보면 행복이 보인다 <22>
  • 황태영
  • 승인 2011.1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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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의 풀 향기
▲ 황태영 수필가     ©독서신문
 
 
[독서신문 = 황태영 수필가] 투루판시에서 서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교하 고성은 2,200년 전 차사전국의 수도이며 동서교역의 중계지로 번성했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중심으로 당시에는 매우 화려했던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진흙의 원형만 남아 있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가 되어 있다. 사람의 목숨을 쥐락펴락했던 왕의 절대 권력도,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애타던 사랑도, 영원할 것 같았던 대부호의 오만함도, 가난 때문에 돌아서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아픔도 이제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빈부도 귀천도 선악도 모두 모래바람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삶은 그렇듯 덧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희로애락 또한 머지않아 그렇게 다 사라질 것이다. 바람처럼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많이 가졌느냐 적게 가졌느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모두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보람 있고 행복하겠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돈이나 학벌, 지위가 있어야만 시간을 보람 있게 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까?
 
바람의 존재에 대해 논쟁이 붙었다. “바람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바람의 빛깔과 형태, 그리고 바람이 두꺼운지 얇은지, 긴지 짧은지 보여줄 수 있습니까?” “아뇨,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바람은 손으로 잡거나 만질 수는 없지만 바람은 있습니다.”

삶의 보람이나 행복도 바람과 같다. 우리는 보람이나 행복을 돈이나 학력, 지위를 통해서 보려고 한다. 그러나 행복은 아파트 평수나 스펙으로는 보여지지가 않는다. 보여줄 수 없다고 그것이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규격화하고 수치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바람도 보람이나 행복도 모두 규격화하거나 수치로는 환산할 수가 없다. 그래도 존재는 하고 있는 것이며 단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어른들은 경쟁에서 이기면 행복하리라 보고 자녀들에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결과는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조차도 불행하게끔 되어져 있다. 따라서 삶의 보람이나 행복은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유명한 고승께서 수시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시끄러움을 피해 깊은 산속에 토굴을 지어 혼자 칩거했다. 어느 날 나물을 캐러온 아낙이 물었다. “이 깊은 산중에 왜 혼자 와서 사십니까?” “조용한 곳에서 공부 좀 실컷 하려고 왔습니다.” 그 여자가 되물었다. “물소리는 안 시끄럽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여자가 간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물소리, 새소리는 안 시끄러운가? 이 세상 어딘들 시끄럽지 않는 곳이 있겠는가?’ 산꼭대기에 숨는다고 시끄러움을 벗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있는 장소, 처한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디에 있건 자신이 쉬어야 하고 자신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교하고성의 모래바람을 보면 많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 단 한번만의 삶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남에게 보여 주는 삶보다 보여줄 수는 없는 삶 속에 오히려 참 행복이 있다. 나무는 한 해에 하나의 나이테만을 제 몸 속에 만든다. 많은 흔적을 만들려 애쓰지 않는다. 나무의 ‘지족(知足)’이다.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더불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적음을 탓하고 더 많이 가지려 안달하기보다 가진 것이라도 제대로 즐기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처한 위치가 어떠하건 가정의 화목과 삶을 즐길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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