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 권구현 기자
  • 승인 2007.07.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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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의 C.S.I, 아델리아의 모험
▲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 독서신문
 국내에서 ‘미드’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드란 미국드라마를 뜻하는 신조어로써 <c.s.i>나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드라마들이 소수의 매니아층을 넘어서 이제는 우리가 일으켰던 한류열풍처럼 국내에 새로운 바람으로 등장했다.

 로맨스 중심의 연작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식상해 진 시청자들이 다양한 연출과 스펙타클한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별화 되고 전문적인 스토리를 앞세운 미드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일지도 모른다.

 다이애나 노먼이라는 본명으로 이미 영국에서 널리 알려진 역사 소설가인 아리아나 플랭클린의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은 위에서 언급한 ‘미드’의 대표주자인 <c.s.i>를 언급하며 서점가에 등장했다.

 중세 영국의 케임브리지에서 네 명의 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된다. 시민들은 유대인들에게 그 책임을 돌렸고, 유대인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폭도들을 피해 헨리 2세의 보호를 받게 된다. 아이들의 시체는 작은 성인으로 추대되며, 미신과 종교의 어둠 속에서 누구도 진짜 범인을 알 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은밀하게 이곳으로 한 명의 인물이 잠입한다. 살레르노 대학의 젊은 천재이자 해부학과 수사술에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죽음에 대해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 아델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십자군의 치욕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동방 원정이 계속 되고,신권과 왕권의 다툼이 치열했던 암울한 중세에 대한 묘사는 이 소설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과학의 힘으로 자신의 이성을 지탱하는 주인공 아델리아와 완벽한 쌍을 이룬다.

 죽은자들의 의사인 아델리아는 여성의 몸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조력자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로 조금씩 다가간다. 여성은 의사가 될 수 없는 곳에서 하인을 앞세워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인간의 감정으로써는 선뜻 다가서기 힘든 아이들의 시신을 살핀다.

 그녀에게 있어 어린이 연쇄 살인 사건은 인간의 감정보다 의사로써의 감정을 앞세우게 한다. 영국으로 넘어오면서의 그 힘든 여정과 주변 사람들과의 이별 등 이번 사건은 그녀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이러한 아델리아의 인생은 어찌보면 <c.s.i : lasvegas>의 길 그리섬 반장하고 비슷하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과학적인 증거 수집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리섬 반장이 가지는 고독과 회의 등은 아델리아가 느끼는 감정들의 연장선 상에 있다. 게다가 워커홀릭인 점과 사랑이란 감정에 낮설어 하는 모습까지도 비슷하다.

 물론 시대적 배경 상 아델리아의 주변엔 드라마처럼 과학수사대원들의 일사불란한 팀웍도, 최첨단 과학수사 장비도 없다. 아델리아가 사용하는 것은 기껏해야 강가에 자라는 갈대이고, 그녀가 채집하는 증거는 물의 흐름, 흙의 색깔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녀의 검시 장면과 수사 과정은 현대 최첨단의 의학 범죄 스릴러가 보여주는 치밀함과 논리적 구조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살아있는 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그녀의 눈에는 보이고, 그녀가 가장 잘 듣는 목소리는 죽은 자들의 탄원이다. 그리고 죽은 아이들의 시체나 검시 과정, 아이들이 살해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오싹할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상세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작품은 드라마 <c.s.i> 를 마케팅적 전략에서 들고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해외 언론 역시 수많은 리뷰에서 두 작품간의 유사성을 이야기 하며 이번 작품의 의미를 더했다. 더운 여름 밤, 잠이 오지 않을 밤을 꼬박 달래줄 재미있는 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555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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