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강희산)
풀 (강희산)
  • 독서신문
  • 승인 2007.05.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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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의 외경(畏敬)과 순수 가치의 추구

 
 

                강희산
 
 
명아주 
달고 있는 이름 하나 예쁘면 뭘 해
먼지만 독으로 쓰고 있는 촌뜨기인 걸
구박을 끼니로 때우던 괭이밥
데리고 들어온 자식 같은 강아지풀
채이고 밟히다 더 질겨진 질경이
눈만 주면 수시로 호릴 수 있던 삘기
마디마디 영글어 더 서러운 뱀딸기
이런 것들이 나를 용서하고 있지
아니 나를 추단하고 있는 중이지
 

때아닌 내 여름 들판으로
불어닥친 반성의 눈보라
후회는 조목조목 사랑으로 뻗어
흐느낌은 흙을 부등켜 안고 있지
 

엄동설한 한 복판에서도
얼음 한조각 얻어 먹고도
죽지 않는 명줄의 이름을 외우는
나는 풀과 함께 자라나고 있지
풀과 함께
 
 
 
 
이해와감상
 
강희산 시인은 풀이라는 순수 생명의 본질 속에 자아를 투영시켜 스스로를 성찰하는 뻬어난 메타포의 달인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근래 한국시단에서 보기 드문 가편이다. 시는 따로 어떤 틀이 없다. 세상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그러나 자기 혼자만의 독창적 시세계가 뚜렷이 성립될 때, 독자는 그 세계에 쏠리게 된다. 그것은 황페의 터전에서 독자에 대한 새로운 릴리프(relief, 구원)이다. 명아주와 괭이밥이며 강아지풀과 질경이에 삘기와 뱀딸기 등 이 수수한 한국 야생초를 오브제(objet, f)로 설정하고 거기에 깊은 사상을 담아 다시금 여과시켜 서정미로 승화시키는 기교가 이 시를 성공시키고 있다. 시 [풀]하면 흔히 60년대 김수영의 주지적 저항시를 연상하던 우리의 관습을 과감하게 타파한 강희산의 신선한 [풀]의 경지는 매마른 한국 현대시의 터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필자는 우연히 이 시를 어느 책에서 발견하고 감동했다.
 “엄동설한 한 복판에서/얼음 한조각 얻어 먹고도/죽지 않는 명줄의 이름을 외우는/나는 풀과 함께 자라나고 있지/풀과 함께”(제3연)라는 이 시련의 프로세스의 동화작용은 절망으로부터의 세찬 용기를 일으킨다. 그것은 자아 변혁의 눈부신 모티프(motif, f/표현의 동기가 된 중심 사상)의 역동성이다. 시는 창조의 의지를 형상화시키는 작업이기에 자기 의지에 의한 모티프는 자신의 무엇인가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빛나는 새로운 탄생을 한다는 것을 강희산의 [풀]은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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