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꾸리기 (김철기)
짐 꾸리기 (김철기)
  • 독서신문
  • 승인 2007.05.25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솔한 자아의 삶의 성찰
짐 꾸리기
 


                                김 철 기
 

이제껏 크든 작든
얼마나 많은
짐 꾸리기를 했을까
 

소꿉놀이 찌그러진 세간과
색종이 몇 장이 소중한 짐이었을 적부터
짓눌릴 무게의 책 더미와 애착 많은 의상,
늘어나는 집기들로
변천 시대별 짐 꾸리기 연속이었으리
 

백년 쯤 눌러 살며
놓칠세라 모으고 거두는 것
실은 매일 짐 꾸리기는 아닌가
 

평생 너 댓 번 커다란 이삿짐 아니라도
잠시의 외출을 위해
며칠의 여행을 위해
잠 깨어서 잠들기 전에도 끊임없이
세심하게 살펴 담았다 꺼냈다 챙기기를
 

이제쯤 
온전한 빈손의 떠남을 예측해 보며
툭툭 모두 털어 부려 놓고
가벼이 기쁠 수 있는
고난이 짐 꾸리기를 구상해 볼 일이다.
 
 


이해와 감상
 
직서적인 시어를 통해 스스로의 삶의 과정을 ‘짐 꾸리기’로서 참신하게 비유하는 김철기의 빼어난 솜씨를 살피게하는 가작이다. 요즘 우리 한국시단의 허구 많은 유형적(類型的)인 진부한 시를 대하다가 이 작품을 읽으니 그야말로 눈에 번쩍 띄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로구나 하고 감동하게 된다. 그렇다. 시는 남들이 전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소재며 제재(題材)에 의해 자아의 독특힌 이미지로서 뛰어나게 메타포(은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 그것이 곧 한국시의 발전에 기여하는 보람찬 작업이다. “백년 쯤 눌러 살며/놓칠세라 모으고 거두는 것/실은 매일 짐 꾸리기는 아닌가“(제3연)라는 이 소박한 화자의 자아성찰 속에 담긴 알레고리(풍유)에서 평자는 문득 에즈라 피운드(ezra pound, 1885~1972)의 명언이 떠오른다. 즉, ”위대한 문학이란 가능한한, 최대한으로 충실된 언어이다”라는 견해이다. 에즈라 파운드는 20세기 대시인 t.s.엘리옷(1888~1985)의 스승이었기에 더욱 그의 평가에 심도를 느낀다.
 
읽고 생각하는 신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