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자
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자
  • 이병헌
  • 승인 2005.11.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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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며칠 전 시집 한 권을 사기 위해서 서점에 들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온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 입술에 맺히는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에 들어서는 어머니의 모습 또한 포근했고 무엇인가 기대에 차 있는 것 같았다.
 사십 대 초반이 되었을 것 같은 젊은 엄마는 초등학교 삼 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 서적코너로 갔다. 처음 나는 그 아이에게 문제집을 사 주러 왔으리라 생각을 했는데 나의 생각이 어긋났다. 동화책을 고르는데 먼저 어머니께서 책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아이에게 권하고 아이는 어머니의 권유대로 책을 사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이 되었다. 어린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중 하나라고 생각되었는데 어린아이에게 마음을 살찌도록 책을 권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사 준 적이 있는데 학습지가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사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책이 없어서 못 읽었다.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닐 때 엑토르 말로의 <집 없는 아이>를 읽기 위해서 학교 도서관에 몇 번 갔다가 빌리지 못하고 한 달 후에야 겨우 빌려서 읽었다. 학교에도 그 책이 한 권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빌려갔다가 반납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함께 웃고 울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서점에 갔을 때 아버지와 함께 와서 책을 사는 아이를 보면서 무척 부러웠던 생각이 난다. 사실 농촌의 거의 모든 집 아이들은 나와 처지가 비슷했기에 풍족하지 않았기에 책을 사서 읽기는 어려웠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집에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도시에서 하숙과 자취생활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주신 용돈을 모아서 책을 샀는데 바쁜 가운데도 아버지께서 하숙집에 오셨다가 책꽂이에 담긴 책을 보며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엄격하셨기에 혹시 책꽂이의 책을 보면서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아버지께서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나를 서점으로 데리고 가서 나에게 책을 다섯 권만 고르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그 말씀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다.
 그 때 <부활>을 샀는데 지금도 그 책들을 귀하게 가지고 있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아버지께서 나에게 사 주었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버지의 뜨거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즐기게 된 것도 그 때 아버지의 격려가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부모가 거울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주고 자신이 읽을 책도 함께 산다면 아이들은 부모님에 대한 더 큰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여름방학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그 아이의 미래를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가자. 책을 고르면서 아이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보다도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모유를 주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는 부모님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아이에게 젖을 물린 어머니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병헌
2000년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03년 문학21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스토리 문학관 동인, 시마을 동인
임성중학교 교사

독서신문 1386호 [200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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