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빚쟁이 대학생’ 공화국
대한민국은 ‘빚쟁이 대학생’ 공화국
  • 강인해
  • 승인 2010.01.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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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원금 3배되는 ‘복리이자’ 부담
안병만 교과부 장관, “이자율 5.8% 이하로 낮추겠다”
[독서신문] 강인해 기자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icl) 특별법안이 난항을 거쳐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이하 교과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15일 icl의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 1학기부터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은 대학등록금 전액을 취업후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교과부는 icl이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고, 졸업후 소득 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어 금융채무 불이행자 발생을 근원적으로 없애주는 획기적인 제도라 홍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과부의 설명과는 달리 일부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학생들은 icl이 학자금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졸업후 빚쟁이로 전락시키는 치명적인 제도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 원금 3배되는 복리이자 부담
일각에서는 icl이 취업후 상환시점부터 이자의 이자까지 물어야하는 복리 이자 계산방식을 취해 상환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교과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일반 4년제 대학생이 3천200만원을 대출받아 졸업후 초임 1천900만원의 연봉을 받는 회사에 취업하면 25년간 총 9천705만원을 갚아야한다. 본인이 받은 대출원금의 3배를 갚아야하는 것이다.

대학 4년 이자 안내자고 25년을 고생해야 하는 시나리오가 나오자 지난 16일 대학생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icl복리 이자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 대학생 대표는 “원금의 3배나 되는 복리이자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icl을 시행해야 한다”며 “대학생이 취업하자마자 빚쟁이로 전락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도 “복리 이자 계산은 정부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icl 법안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금리 이자폭탄=생계파탄
현재 icl의 금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2010학년도 1학기 일반 학자금 대출의 금리인 5.8% 선에서 정해지지 않겠냐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작년 2학기 대출 금리가 7.8%인 것에 비해 2% 떨어진 것이지만 5.8%도 적은 이자율은 아니다. 대학생들에게는 고금리에 해당한다. 이에 대학생들은 취업후 이자폭탄에 생계마저 파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며 icl을 신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수도권 대학을 다니는 장 모 학생(남, 20세)은 “대학 4년 동안 학업에 집중해 좋은 곳에 취업한다는 전제하에 icl을 신청했다. 하지만 4년 동안 이자를 안 낼 뿐이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icl의 경우 일반 학자금 대출과 달리 시장흐름에 따라 금리가 다르게 적용돼 상황에 따라 고금리의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를 제어해주는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대학생들의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19일 “작년 2학기보다 올 1학기에 대출 금리가 2% 내려갔는데 더 낮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예고 없는 자격기준 축소·변경
교과부는 작년 11월 icl의 세부시행방안을 발표하면서 성적기준을 c학점 이상이라 재차 확인했지만 지난 14일 시행발표를 통해 b학점 이상만 신청할 수 있다고 자격기준을 급히 변경했다. c학점 이하는 icl의 수혜를 받을 수 없게 된 것. 신입생도 수능과 내신 6등급 이상으로 제한해 기준 미달인 경우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의 교과위원들은 “지난 6개월동안 홍보했던 자격기준을 갑자기 축소·변경하게 되면 이 제도를 기다렸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자격기준을 원래 c학점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입생들의 자격을 제한한 것도 부당하고 가혹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성적기준을 상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c학점이상 비율이 90%에 이르고 있어 막대한 국가재정이 소요돼 건전한 제도 유지를 위해 성적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교수는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하는 빈곤층 학생들이 성적이 나쁜 경우가 많아 정작 제도를 이용해야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일부에서는 군복무시 발생하는 이자, 높은 상환률, 대학원생 비적용 등을 지적하며 icl의 취약점을 보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대출 제도로 해결하기보다는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정부에서 제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거세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1학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icl이 첫 항해를 위한 닻을 올렸다. 각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icl에 대한 불만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 단점이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그 취약점을 보완하고 홍보해온 그대로의 ‘획기적인 제도’로 변모시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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