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따라 떠나는 길(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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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병헌 임성중 교사·시인 = 가을빛이 몸을 트는 날 이중섭거리를 잠시 걸어가다가 이중섭이 살던 초가집에 닿았다. 제주 특유의 초가집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았고 도로에서 잠시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그가 살던 집이 있는데 지금도 그 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다.
이중섭의 집은 이중섭이 장남인 태성과 차남 태현과 함께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살면서 활동하던 곳인데 방의 크기는 1.4평, 부엌 크기는 1.9평으로 그의 어려웠던 환경을 여실히 대변해주고 있었다. 마루의 벽에는 담배를 손에 든 그의 모습을 담은 모습이 작품 속에 머물러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빛나는 그림을 그린 그의 예술혼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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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골목을 걸어 올라가 이중섭 미술관에 닿았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서양화가 이중섭을 기리기 위해 2002년 11월 이중섭 거리 안에 설립하였다. 미술관에는 많지 않은 이중섭 작품이 진열돼 있었다. ‘파도와 물고기’, ‘게와 가족’, ‘아이들’, ‘매화’, ‘파란 게와 어린이’ 등 그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꼬(이남덕)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액자에 넣어 두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의 진품이 많지 않았고 많은 작품들이 복사품이어서 아쉬웠다. 다만 그의 삶이 머물렀던 그의 방에서 그의 고단했던 삶을 만나고 가는 것으로 그와의 헤어짐의 시간이 무겁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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