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5회
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5회
  • 김나인
  • 승인 2009.09.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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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명상이 끝나고 소년에게로 시선이 모아졌다. 초침처럼 소년의 목젖이 상하로 떨리며 움직였다. 좀처럼 입을 뗄 수가 없었던지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소년은 갸름한 턱을 씰룩거리며 각오가 섰는지 입을 열었다.

「저는 열일곱 살의 조진행이라고 합니다. 제 출생지는 저두 잘 모릅니다. 단지 제가 비정상인에서 정상인으로 되돌아 왔을 때 저의 모든 기억의 메모리는 삭제되어 없었습니다. 제 과거를 알 수 있는 것은 기록물 철에 있는 기록에 의한 것이 전부입니다.
 
비공개 파일입니다만 청소년보호과에서 본인에게는 공개를 해 주더군요. 그 파일에서두 제 본적과 주소지는 없었습니다. 폐가 같은 곳에서 알몸으로 살았다는 것 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저는 숙부에게 사육을 당했던 것입니다.
 
정신지체장애자 어머니의 행방은 그 누구도 모르고, 저는 숙부에게 맡겨져 쓰레기더미가 가득하고 비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리는 폐가에서 살았죠. 일주일에 한 번씩 숙부가 찾아오지만 누더기 옷 한 벌과 사상교육을 시키죠.
 
저는 이곳에 수감 될 때까지 제게 나오는 지원금을 몰랐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나오는 돈이 있더군요. 숙부는 면사무소에 자신을 부양가족으로 올리며 서류 전체를 위조하였죠. 허나 저는 지금도 기초생활수급자로 나오는 정부지원금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옷 한 벌도 없이 폐가에서 생활했던 악몽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저는 어떤 학습도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모국어를 모릅니다. 폐가에서 벗어 난 일이 없고 매일 하루에 두 번 배달되는 중화요리를 먹고는 하였습니다. 목욕도 한 일이 없습니다. 세수라는 것도 이곳에 와서 하였습니다.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의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러나 저들은 나의 말뜻을 못 알아듣습니다. 저는 원숭이나 벌레도 아닌 인간입니다. 저들과 똑같이 직립보행을 하는 같은 종족입니다. 헌데 저들의 언어와 내가 쓰는 모국어는 다릅니다. 어째서, 다른 거죠. 저는 숙부에게 모든 권리와 인권조차 빼앗긴 채 이곳에서 저들이 입는 제복과 같은 의복을 입고 있습니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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