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3회
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3회
  • 김나인
  • 승인 2009.08.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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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자신이 배운 호신술의 한 가지 이었다. 두 간호조무사가 달려오기는 했으나 사회보호사의 힘에도 충분히 제압이 되었다. 본인도 놀랐는지 자신의 목을 여러 번 쓰다듬으며 목을 옥죄었던 힘의 흔적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환자들은 동요가 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환자들의 관심은 노인에게로 쏠려 있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노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한 고양이처럼 몸을 움츠리고 앉아 사회보호사의 강렬한 눈빛을 슬며시 살피고 있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몇 개월 동안 우리는 상담 분위기에 익숙해졌습니다. 아직도 이 분위기가 낯설고 회피하려는 분도 더러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곳에 원을 그려 앉은 목적이 무엇인가 각자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 공간은 여러분을 위한 자리이지 제 개인의 영리를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노인의 마음을 압니다. 여러분이 거칠고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치유의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최가람은 사회보호사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힌두어, 그리스어처럼 낯설고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최가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저들과 자신은 이미 양극화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저들이 농장주라면 자신은 가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들의 언어는 간단하고 편리하여 쉽게 알아듣고 소통할 수 있는데 저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

최가람은 최다솜에게 귀엣말로 속닥였다. 최다솜은 방긋이 웃어 보이며 최가람의 손에 희망을 실어주 듯 힘껏 잡아주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와 세계가 존재하고 있어. 저들은 우리의 말을 듣지도 않으려고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귀머거리야. 만약 네가 저들의 언어나 설형문자를 배우고 그 세계를 동경한다면 로봇처럼 명령에 움직이는 바보가 될 거야.」

최다솜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최가람은 그들의 언어와 세계를 부러워하거나 동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들의 집단이 휘두르는 권력과 횡포에 제지를 당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억울하고 분통한 생각이 들었다.

「왜, 저들은 우리를 감옥에 가둬 두는 것일까. 우리가 지닌 언어와 문화로 자유롭게 살아가게 놓아두지 못하는 것일까.」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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