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꽃밥
  • 독서신문
  • 승인 2009.07.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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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었으면"
넓은 세상 빈틈을 메워주는 여덟 개의 단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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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만약 불이 난다면 집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갖고 나오겠어요?’라고 물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 아끼는 인형, 돼지 저금통, 책 등을 얘기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불을 갖고 나오겠어요”라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불을 갖고 나오면 다치는 사람도 없고, 망가지는 물건도 없을 거 아니예요”

뒷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누가 불을 갖고 나오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대다수의 어른들이라면 대번에 통장, 현금, 귀금속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말했을 테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었기에 가능한 대답이었고, 아이들의 순수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아이들의 순수함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거리가 벌어지는 기분이다. 요즘 tv에서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쇼오락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영되는데 어린이들의 기상천외한 대답에 배꼽을 쥐어 잡고 웃는 한편,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감탄하게 된다.

바람의 아이들에서 나온 『꽃밥』에는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의 따뜻하고 알찬 이야기가 담겨있다. 넓은 세상의 빈틈을 차분히 메워주는 여덟 편의 이야기에는 고립되고 소외됐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특히,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꽃밥」에는 집을 나간 엄마, 일을 하러 멀리 떠난 아빠를 기다리는 연이가 등장한다. 연이는 학교에서 주는 점심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은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놀토를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먹을 것이 없는 연이는 유림이가 허브농장에 가서 꽃밥을 먹었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옆집의 해바라기, 학교의 코스모스, 동사무소 화단에 있는 이름 모르는 꽃잎을 따서 물이 담긴 밥그릇에 넣고 꽃밥 먹듯 맛있게 먹는다.

쓸쓸히 꽃밥을 먹는 연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 한 곳이 저리듯 아프지만 씩하고 웃으면서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는 연이를 생각하면 희망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영주가 등장하는「너는 좋겠다」와 지웅이에게 로봇강아지를 사주려고 똘똘 뭉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핫도그, 이젠 하나도 안 부럽다!」에서는 무언가를 갖고자 하는 아이들의 소박한 소망 혹은 욕망이 섬세한 묘사로 그려졌다.

「할아버지의 윙크」에는 할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날을 함께한 훈이가 할아버지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슬프게 떠나보내며 마침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합이 스물이오!」는 상처 안고 살아가는 생선가게 아저씨와 커피수레 아주머니를 바라보는 영진이를 통해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은 아직 몰라도 된다고 지레 피해 버리기 쉬운 삶의 문제들, 죽음과 장애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응시한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 어떤 이념이나 이해타산으로 평가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다. 그런데 최근 한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아이들의 급식비를 깎고, 의회에서는 소외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이들의 밥을 색깔로 구별해 빼앗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힘없는 아이들만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아이들을 지켜줘도 모자란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욕심쟁이 어르신들, 이 책을 보면서 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을 배워보는 것이 어떨까?
 
■꽃밥
김혜연 지음 / 배현정 그림 / 바람의 아이들 펴냄 / 196쪽 /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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