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미디어 아트
  • 독서신문
  • 승인 2009.06.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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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남자와 예술이란 여자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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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션(interaction).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접해온 만큼 아주 단순하지만, 모든 진리가 단순한 데 있다고 누군가 그랬듯 사실 인생의 모든 의미가 이 단어 안에 담겨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성경에서도 아담과 하와가 탄생할 때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생겨난 것처럼 인생이 나고 자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인격과 또 다른 한 인격의 의사소통임은 두말할 것이 없겠다. 그렇게 보면 옥중에서 큰 사고를 저지른 사람에게 가장 무거운 벌로 독방에 가둬놓는 것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박탈하는 잔인한 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기 원하고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으며 그 중 한 가지 형태가 바로 과학과 예술이다. 국내에서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통해 과학과 예술의 결합이 시도됐던 이 분야는 현재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로 새롭게 주목받으며 사운드와 이미지, 텍스트가 개별적이 아닌 통합적으로 조우해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진중권의『미디어 아트』는 로이 애스콧, 도널드 마리넬리, 히로세 미치티가, 제프리 쇼 등 8명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것으로 미디어 아트의 역사와 논쟁점, 미래의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는 작품이다. 로이 애스콧을 통해서는 ‘가상현실’과 ‘텔레노이아’, ‘사이버셉션’등의 신조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그가 언급한 인공신체, 인공 정신, 인공 생명과 관련이 있는 ‘포스트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또한 진중권은 “21세기에는 컴퓨터게임이 다른 모든 시각문화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도널드 마리넬리에게 컴퓨터 게임에 대한 그의 극단적인 낙관주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도널드는 이에 조목조목 대답한다. 이 인터뷰에서 진중권이 ‘게임 회사에서 중독성을 강화하는 기술들을 개발하는 것은 일종의 디지털 아편이 아니냐’는 질문에 도널드는 ‘아무도 당신에게 게임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을 중독 시킬 뭔가는 회사에서 만들어 내고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컴퓨터 게임에 대한 그의 태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는 컴퓨터 게임에 내재한 정치적 힘을 슬며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사이먼 페니를 통해서는 기술의 중립성과 그 기술을 다루는 예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최우람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인공생명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한다.

‘미디어 아트’를 다룬다고 해서 이 책이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터뷰어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그러한 것들이 어느 정도는 감소되며 인터뷰이들이 제시하는 예를 통해 ‘미디어 아트’가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근접한 개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므로 ‘어려움’에 대한 고민은 일단 접어둬도 되겠다.

사실 미디어 아트란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를 생소하게 여기며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미술과 음악, 춤과 달리 이것은 기술적으로 이해해야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 아트, 즉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또 하나의 예술 장르는 우리가 이미 실생활에서 수없이 대면하고 있다. 아주 단순한 형태이지만 휴대폰, 영화, 여러 가지 전자기기들과 최근에는 닌텐도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공통점은 한가지다. ‘인터랙션’, 바로 상호작용이다. 그동안 예술은 음미하기만 했을 뿐 그것과 의사소통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과학과의 결합이며 이를 통해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예술가는 관객이 예술을 갖고 놀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역할로 점점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비평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독자가 저자”라는 말처럼 “관객이 예술가”라는 말이 친숙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예술과 과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은 한번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가 하나씩 소지하고 있는 ‘터치폰’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심오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중권 엮음 / 휴머니스트 펴냄 / 357쪽 / 18,000원
 
 
<황정은 기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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